전쟁 속 뜨거운 사랑과 좌절

어니스트 헤밍웨이, 《무기여 잘 있어라》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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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1918년 미국 참전 이후 미국 적십지자 부대의 앰뷸런스 운전사로 지원해서 이탈리아 전선에 투입된다(원래 육군에 자원했지만 시력 때문에 입대가 거부되었었다). 다리에 부상을 입인 헤밍웨이는 밀라노의 육군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이때 여섯 살 연상이 미국 간호장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종전 이후 이 간호장교와 결혼하고자 했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겨우 20살이었으니) 거절당한다.


1929년에 발표되었고,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대표작 중 하나인 《무기여 잘 있어라》는 바로 이 경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사랑의 좌절이 결혼 거부로 인한 것이었고, 소설에서는 비극적 죽음 때문이었지만. 화자인 프레데릭 헨리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건축을 공부하다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자 이탈리아군의 앰불런스 부대에 장교로 입대하게 된다. 사랑에 진지하지도 않았고, 목적 없이 살아가던 그가 케서린 바클리를 만난다. 처음에는 진지하지 않은 만남이었지만 박격포에 부상을 당하면서 관계의 성격이 급격하게 변한다. 부상 이후 후방병원으로 이송되고 캐서린 바클리가 병원으로 옮겨와 간호를 하면서 그들의 사랑은 진지하고 운명적인 것이 된 것이다.


부상을 치료한 후 다시 전선으로 떠나기 전날 케서린은 임신 사실을 알린다. 임신한 캐서린을 두고 전선으로 돌아간 프레데릭은 이탈리아군이 전투에서 밀리면서 퇴각하게 되는데, 부대와도 연락이 끊기고 이동하다 이탈리아 헌병에게 붙잡혀 탈영 혐의로 심문받고 총살될 위기에 처한다. 총살 직전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 천신만고 끝에 목숨을 건진 그는 다시 캐서린을 만나고 호수 국경을 넘어 스위스로 피신할 수 있었다. 스위스에서 평온한 삶을 즐기며 맘껏 사랑하던 연인은 캐서린의 출산을 기다렸는데, 캐서린은 분만 중에 출혈로 인해 죽고 만다.


5부로 구성된 소설은 각 부가 프레데릭 헨리의 이동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전선에서 병원으로, 병원에서 다시 전선으로, 전선에서 탈출로, 그리고 스위스로. 그리고 이 이동은 프레데릭과 캐서린이 맞닥뜨리는 사건의 국면과 일치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복잡한 플롯을 따라가는 데 벅찬 소설이 전혀 아니다. 프레데릭을 따라가며 그와 그녀의 연인이 캐서린이 어떤 감정을 품고, 어떤 사건을 겪으며 그들의 사랑을 키워가고, 또 비극을 맞게 되는지를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소설인 것이다.


이 소설은 물론 반전(反戰) 소설이다. 제1차 세계대전뿐만 아니라 스페인 내전을 취재하고, 제2차 세계대전에도 참전한 헤밍웨이가 쓴 소설이 반전 소설이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아이러니하다. 헤밍웨이는 모험을 즐기는 성격을 발휘할 수 있는 가장 극적인 이벤트인 전쟁에 적극 참여했지만, 그랬기에 전쟁의 비참함과 잔혹성을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굳이 분류하자면 전쟁을 배경으로 한 애정 소설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프레데릭 헨리와 캐서린 바클리의 만남과 헤어짐, 재결합, 탈출, 그리고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 그 밖의 장치 역시 헤밍웨이의 생각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래도 중심은 두 연인이다. 그러나 애정 소설이라고 해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하여 동서고금의 수많은 연애 소설이 보여주었다(헤밍웨이 스스로 이 소설을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교했다). 《무기여 잘 있어라》는 그 연장선에 있으며 역시 뛰어나고 감동적인 소설이다.


* 여담이지만, 이 소설을 다 읽을 동안 난 "무기여 잘 있거라"를 읽는다고 생각했다. 옮긴이 해설까지 끝까지 읽고 나니 이 소설의 제목이 "무기여 잘 있어라"라고 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무기여 잘 있거라"가 어법에 맞지 않는 게 맞다. 비록 옳은 것이지만 굳어진 제목을 바꾸는 것은 위험스런 일인데, 그래도 그렇게 바꾼 것은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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