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1》
찰스 디킨스가 《위대한 유산》을 발표한 것은 《두 도시 이야기》를 발표한 다음인 1861년이었다. 이 두 소설은 디킨스의 작가적 능력이 완전히 완숙해진 경지에 오른 이후의 작품이다. 이야기의 포맷은 정교하고, 글 솜씨는 유려하고, 사회에 대한 비판은 교묘하면서도 명확하다. 그리고 거기에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까지 포함한다. 문학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추었단 얘기다.
《위대한 유산》은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2권으로 구성된 민음사 번역판에서 1권은 1부와 2부 중간까지를 포함한다.
1부는 가난한 고아 소년 핍이 뜻하지 않은 유산을 물려받기로 되는 장면까지를 다룬다(“핍의 유산 상속 과정의 첫 번째 단계”). 핍은 불우한 시절을 보내면서 인정받지 못한다(예외라면 매부인 대장장이 조뿐). 그러다 미스 해비셤과 에스텔러와 만나면서 자신의 처지에 대해 낙담을 하고, 막연히 신분 상승을 꿈꾼다. 그것은 계급적 열등감과 에스텔러에 대한 사랑이 함께 작용한 것이었다. 그런데 핍은 대장장이 도제 생활을 하다 뜻밖의 행운을 안게 된다. 자신에게 누군가 유산을 남겼다는 것이고, 그래서 런던으로 가서 신사 수업을 받게 된 것이다. 핍은 그 유산을 남긴 인물이 미스 해비셤이라고 굳게 믿는 듯하다.
하지만 복선은 다른 걸 암시한다. 거의 첫 장면에서 만난 죄수가 있다. 그 죄수는 결국 체포되어 감옥선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죄수의 쇠사슬을 잘라낸 줄칼(핍이 훔쳐다 준 것이었다)이 이후에도 등장하고, 죄수와 관련된 인물이 핍의 움직임을 따라 문득문득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 죄수가 핍의 운명과 깊이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짐작을 하게 한다. 죄수의 이름은 매그위치. 그러나 1부에서는 이름은 밝혀지지 않는다.
2부는 런던으로 옮긴 핍이 신사 수업을 받는 과정을 그린다. 2권은 2부를 다 담지 못하고 있으나 핍이 어떤 인물로 성장하고 있는지는 충분히 보여준다. 그는 속물이 되어 가는 것이다. 낭비 습관에 빠지고, 어린 시절의 은인과도 같았던 조를 회피한다. 자신이 속해야 할 세계와 완전히 다른, 떠나온 세계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다만 핍은 그런 자신에 대해 괴로워한다(그런 괴로움은 다른 반전을 암시하는 것이리라).
1권에서 인상적인 구절 중 몇 부분만 인용해보면,
“아이들이 누구한테 양육을 받든지 간에 아이들이 존재하는 조그만 세계에서, 부당한 처지만큼 아이들에게 예민하게 인식되고 세세하게 느껴지는 것은 없다. 아이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처사가 그저 조그만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는 작은 존재이고 아이의 세계도 작다. 그리고 그런 작은 세계에서 아이의 흔들목마는 비율로 칠 때, 우락부락한 아일랜드 사냥개만큼 커다랗고 높이 솟은 존재로 보이는 법이다.” (118쪽)
- 당시의 보편적인 아이들에 대한 태도에 비추어 볼 때 찰스 디킨스의 이런 인식은 놀랍기 그지없다. 비록 초년의 작품이지만 《올리버 트위스트》와 같은 소설이 어떻게 나왔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대장장이 옷을 입고 손에는 망치, 또는 담배 파이프라도 들고 있는 내 모습을 생각하면 너는 나한테서 지금 이런 차림의 반만큼도 흠을 발견하지 못할 거야. 혹시라도 네가 날 다시 만나고 싶은 일이 생긴다면, 그땐 대장간에 와서 창문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대장장이인 이 조가 거기서 낡은 모루를 앞에 두고 불에 그슬린 낡은 앞치마를 두른 채 예전부터 해 오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도록 하거라. 그러면 넌 나한테서 지금 이런 차림의 반만큼도 흠을 발견하지 못할 거다.” (411쪽)
- 신사가 된 핍을 찾아온 대장장이 조는 핍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노동에 대한 자부심이다. 그게 찰스 디킨스의 생각이란 것은 말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