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헐린 버티노, 《외계인 자서전》
아디나는 필라델피아 외곽에서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는 소녀다. 엄마는 버려진 팩스 기계를 집안으로 들여다 아디노의 방에 놓는다. 아디나는 우주 속 꿈을 꾸었고, 거기에는 팩스 기계가 있었다. 깨어난 후 종이에 다음과 같이 쓴다.
“나는 아디나입니다.
어제 나는 잔디밭에서 토끼를 보았습니다.”
종이를 팩스 기계에 밀어넣고는 초록색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기계에 빨간 불빛이 켜지더니 팩스가 도착했다.
“토끼에 대해 묘사해보라.”
아빠가 사라지고,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아디노는 자신이 외계인이라 생각한다. 우주에서 태어나 지구로 보내져 지구를 묘사하는 임무를 맡은 외계인. 상관은 아디나가 보내는 팩스 메시지에 간략한 답변은 보낸다.
마리-헐린 버티노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그려냈다.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까지 그려내는 소설의 시점을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고 했던가? 여기서는 인간의 삶은 전지적 외계인 시점에서 묘사된다. 지구에 대해 잘 모르는 외계인 상관에서 지구와 지구인에 대해 묘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건 쉬운 말도 아니고, 객관적 시선도 아니다. 그건 어쩌면 이해와 오해 사이의 어떤 지점을 잘 파악하는 것이다. 누구라도 이해되는 것을 남에게 이해시킬 필요가 없으며, 분명히 오해할 부분을 이해시키려 하는 것은 그저 수고롭기만 한 일이다. 이해될 듯, 이해되지 않는 지구인의 삶이야말로 아디나가 자신의 외계인 상관에게 전하고 지시를 받고, 또 위로를 받아야 할 지점이다.
아디나는 자신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그러나 어쩌면 이해할 수도 있는 지구인이 살아가는 모습을 애써 그려낸다. 그녀는 누군가에게서는 위로를 받고, 또 누군가에게서는 상처를 받는다. 그런 일까지 전한다. 그때마다 받는 감정과 반응은 지구를 처음 접하는 외계인, 그가(혹은 그녀가? 혹은 그것들이?) 잘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리라. 외계인 상관에서 일상과 일상을 넘어선 것을 전하면서 아디나는 커간다. 외로움을 견디고, 수치심을 이겨내고, 우울함에서 벗어난다. 그녀는 성장한다. 칼 세이건의 메시지가 담긴 보이저 호가 태양계를 넘어 멀리멀리 가는 만큼.
아디나의 글을 한 권의 책이 된다. 그게 바로 《외계인 자서전》이다. 외계인의 시점에서 지구인을 바라본 이야기. 사람들은 궁금해하고, 신기해하고, 이해하고, 혹은 불신한다. 그러는 와중에 키우던 개가 죽고, 어릴 적부터 거의 유일하게 가까웠던 친구가 죽는다. 그리고 어느 시점부터 외계인 상관은 답이 없다. 아디나는 긴 여행을 떠난다.
외계인 같은 삶이 있다. 특이한 삶이라기보다는 우리의 모습을 관찰하고 숙고하는 시선을 가진 삶이다. 그런 시선을 가진 사람은 한없이 외로울 것 같다. 소설 속의 아디나처럼 이해할 수 없는 지구인의 모습을 너무 많이 볼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기서 살아가야 한다. 적어도 한동안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삶. 그 삶에 대한 질문과 나름의 해답을 찾아가는 소설이다.
* 아디나의 보고에 대한 외계인 상관의 답은 간결하다. 순진하기도 하고, 깊은 함의를 지니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많은 좋은 말들이 있지만, 가장 인상에 박힌 구절은 다음과 같다.
“인류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요소는 단연코 남성의 자아예요.”
“이미 충분한 증거가 아주 많이 쌓인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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