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스 피터스,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엘리스 피터스가 60대 중반에 쓰기 시작한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첫 작품.
나로선 스무 번째이자 마지막 작품 《캐드펠 수사의 참회》를 맨 먼저 읽었고, 다음으로는 《에이턴 숲의 은둔자》를 읽고, 첫 작품으로 돌아왔다. 마지막 작품을 읽는 데 앞의 작품을 먼저 읽을 필요가 없었듯, 첫 번째 작품도 이후의 작품을 읽은 것 때문에 예측되지 않는다.
웨일즈와 인접한 잉글랜드의 슈롭셔 지방의 슈루즈베리 수도원.
젊은 시절 십자군이었으며, 10년 동안 선장으로 사라센인을 상대로 무수한 전투를 벌였던 땅딸막하지만 탄탄한 어깨를 지닌 50 중반의 캐드펠은 이제 종교에 귀의해 수도원의 허브밭을 일구는 일을 하고 있다.
수도원의 야심 많은 로버트 부수도원장은 수도원의 명성을 올리기 위해 성녀의 유골을 모시기로 한다. 발작으로 정신을 잃었던 수사와 그 수사 곁에서 꿈을 꾼 다른 수사의 말을 듣고 웨일즈 귀더린의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져오기로 한다. 캐드펠 수사는 웨일즈 출신이기에 통역을 위해 함께 따라나선다.
귀더린의 주민들은 성녀의 유골 반출을 반대한다. 반대의 맨 앞에는 지방의 영주 리샤르트가 있다. 그런데 그는 숲 속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다. 살해당한 것이다. 범인으로 몰린 이는, 리샤르트의 딸과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웨일즈에서 도망쳐온 객지인 엥겔라드. 당연한 일이지만 너무 뻔한 해답이 정답일 리 없다.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인가?
사실 이 소설에서 범인이 누구인가보다는 더 중요한 것은 수도원 측과 귀더린 마을 사람 모두 만족스러운 결말을 가져올 수 있는지 여부다. 캐드펠 수사의 신묘한 계략, 그리고 임기응변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배경은 12세기이고, 그래서 분명 중세이고, 수도원에 귀의한 수사가 주인공이다. 그러나 종교에 귀의했으면서도 종교에 얽매이지 않는 현실주의자이다. 말하자면 12세기 중세의 근대인인 셈이다. 그의 유연한 사고는 현대인보다 더 현대스럽다. 그게 묘하게 중세의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내가 가장 주목한 것은 제목이다. 제목이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이다. 기독교에서 성물에 대한 집착은 여전하다. 캐드펠 수사의 입을 빌어 엘리스 피터스는 이를 비판한다.
“그토록 숭상하는 성녀의 유골을 손에 넣지 않으면 영광을 바칠 수 없다는 생각이 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나로선 도무지 모르겠소.” (117쪽)
“그로서는 마음 한 켠에서 일어나는 신랄한 생각을 도무지 막을 길이 없었다. 종교적인 열정의 과잉 또한 과음과 다름없는 도덕적 문제야.” (2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