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라, 《사물의 목소리, 물음(物音)》
"내가 품은 잉크는 조용하고, 느리고, 차분하다.
그렇기에 오래도록 읽히지 않은 책,
여기 이 책장의 그림자 속에 머물고 있다."
- <책_낙하의 서(書)>에서
여기의 상상을 안 해 본 사람이 있을까?
한 동안 늘 가지고 다니며 아껴 쓰던 물건을 어느 샌가 외면하고 들여다보지도 않는 구석에 박혀 있는 것을 보고, 이 녀석이 그동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세대를 이어가며 써온 물건이, 그것을 겪어본 몇 세대의 삶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사물에 어떤 의식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간단하게 얘기하면 착각이고, 거창하게 얘기하면 토테미즘 같은 것이다. 그걸 잘 알지만, 가끔 사물이 생각을 한다고 여기고 혼잣말을 하고, 혹은 대화를 나눌 때가 있다. 그게 내게 위로가 된다.
사물에 목소리를 주는 것은, 정작은 내가 사물에 건네는 목소리다. 내가 살아온 흔적에 의미를 부여하고, 추억을 되새기고, 미래에 대해 희미하게 기대하는...
여기에 적힌 사물의 목소리를 들으며, 늘 딴 생각을 했다.
이어라가 들은 사물의 목소리가 아니라 내가 듣는 사물의 목소리를 생각했다. 때로 비슷하다 생각했고, 또 때로는 무척 다르다는 생각도 했다. 내가 전혀 이입할 수 있는 물건도 있고, 여기에 없는 물건, 이를테면 내 사무실의 머그컵 같은 것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다.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내 주변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나와 관계를 맺은 사물을 넘어, 사람을 생각하게 한다.
"사물의 목소리, 물음(物音)
우리의 목소리는 그대에게 닿았을까요"
- <노트북_빛바랜 커서의 독백>에서
"우리를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사물(事物)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