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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Oct 19. 2020

전란은 조선의 역사를 바꾸었다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전란(戰亂)으로 읽는 조선》

흔히들 조선의 전쟁이라고 하면, 임진왜란, 병자호란 정도로 생각하면. 그 두 전쟁을 기점으로 조선을 전후기로 나누고, 사회상을 비롯하여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전쟁은 그런 것이다. 


그 두 전쟁 말고도 조선에서 전쟁, 전란은 적지 않았다.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펴낸 《전란으로 읽는 조선》은 우리가 관심을 가져왔던 전쟁, 전란만이 아니라 관심에서 조금은 벗어난 전쟁, 전란까지도 조선이라는 나라가 같은 성격을 규정하고, 변화시켰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교과서에서 간략히 설명하는 전쟁, 전란의 성격과 의미가 실은 전분가 아니고, 심지 왜곡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를테면 세조 때 일어난 ‘이시애의 난’의 성격이 다른 반란과 성격이 달랐다는 점(조선 왕조에 맞서 새 왕조를 세우거나 함길도의 독립 같은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장기적인 계획은 통한 사건이 아니었음), 나선 정벌이 당대에는 언급하기도 께름칙한 일이었지만, 나중에(정확히는 숙종 때부터) 오히려 찬란한 승리로 언급되는 ‘기억의 전환’이 일어났다는 점(우리는 그 전환된 기억을 배운다), ‘홍경래의 난’의 성격 역시 우리가 배우는 것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점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병인양요, 신미양요의 구체적인 전개 양상을 처음 읽은 점이다. 그냥 단순히 프랑스, 미국의 함선이 강화도를 침입했고, 관군민이 힘을 합쳐 그들을 물리쳤다는 게 간략한 설명인데, 여기서는 그 전개 양상이 매우 치열했고, 또 복잡했다는 것을 보여준다(사실 잘 몰랐다). 


가장 아쉬운 점은 (쓴 이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조선 시대에서 가장 결정적인 전쟁인 임진왜란에 대한 글이 너무 성의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다른 글들에 비해 임진왜란의 성격만 이야기하고 끝나버린다. 다만 임진왜란이 이전에는 한반도가 ‘지정학적 요충지’라 불릴 만한 상황이 아니었지만, 임진왜란 이후에 비로소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이 되었다고 한 점은 처음 인지하게 된 내용이다. 


또 이 책은 여러 저자들이 각자 쓴 글을 모아놓았기 때문에 서설 방식이나 관점이 다소 어긋나기도 한 단점이 있다. 어떤 방식으로, 어떤 내용을 쓸 것인지에 대한 고유가 부족했지 싶다. 그리고 이인직의 <혈의 누>와 같은 작품에 대한 내용은 더 이질적이다. 왜 들어갔나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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