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한 ‧ 김인호 ‧ 노혜경, 《뇌물의 역사》
세 명의 저자가 다소 이질적인 형식으로 조선과 서양에서의 뇌물의 사례와 성격을 다루고 있다. ”뇌물의 역사“라는 제목 자체는 이 책이 체계적인 개론서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는 뇌물에 관한 체계적이고 일관된 분석이라기보다는 여러 사례를 통한 뇌물에 대한 이모저모를 살펴보고 있다. 그것도 조선이 중심이고, 중국의 사례와 서양의 사례는 덧붙임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알지 못하던 내용이 많다.
뇌물이 사회를 부패하게 만들고, 심지어 국가의 존망까지도 위태롭게 만드는 악(惡,)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부단히 뇌물에 대한 처벌이 있어 왔고 근절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인류 초기부터 지금까지 근절되지 않았다(이 역시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걸 보면 어쩌면 뇌물이 본성과 관련된 것인지도 모르겠고, 또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물론 ‘필요’까지 간 것은 과하다).
이 책은 뇌물에 대한 일반적이고 단순한 생각을 달리 하게 만든다. 특히 제도적 뇌물에 대한 건 복잡하고, 단순하게 생각할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사회적으로 감당하거나 처리하지 못하는 부분을 뇌물(당연히 뇌물로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로 충당했던 부분들이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국가가 국민(백성)에게 뿌리는 뇌물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아테네의 연극,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 조선 시대의 효자, 열녀에 대한 표창 등도 뇌물의 성격을 갖는데 이에 대해 무조건 비판할 수만은 없는 것이 저자들의 시각이다.
그래서 뇌물, 특히 조선 시대의 뇌물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중적, 혹은 다층적이다. 분명 뇌물은 비판받아야 하고 없애야 하는 것은 맞지만 사회구조상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았고, 지나친 처벌 위주의 대책이 가져온 폐해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 역사의 기록인 모양이다. 또한 조선이 뇌물에 대해 온정적인 태도만 취했던 것도 아니라는 것도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그렇지 않고서야 국가가 500년을 존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뇌물이 폐해만 잔뜩 읽게 될 걸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뇌물에 대해서 역사적으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그 성격에 대해서도 무척 고민하게 한다. 물론 뇌물은 없어져야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