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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Dec 05. 2020

인생을 소설로, 소설을 인생으로

기욤 뮈소, 《인생은 소설이다》

작년 딱 이맘 때기욤 뮈소의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을 읽었다정확히 1년 만에 읽은 기욤 뮈소의 소설은 다시 작가가 주인공이다게다가 절필한 작가.

사실 기욤 뮈소는 작가를 자신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는 경우가 많은 작가다어쩌면 가장 잘 아는 직업의 인물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것은 편하든가혹은 다양한 변주를 줄 수 있다고 여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그리고 생각해보면 작가가 주인공인 경우 그 작가가 쓴 작품을 통해서 이야기를 복합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바로 이 작품 인생은 소설이다가 그런 장점을 상당히 활용한 셈이다.

 

이야기는 간단하지 않다아니간단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나는 이 소설의 2/3를 읽을 때까지도(세 부분으로 나눠진 이 소설의 두 번째 부분까지를 의미기욤 뮈소가 스토리를 중심으로 한 작가였는데여기서 갑자기 작가로서의 자의식을 드러내려고 작품을 썼나 싶었다각 절마다 꼭지에 등장하는 소설가들의 문장도 그렇고플로라 콘웨이와 로맹 오르조스키라는 작가의 상황도 그랬다두 작가 중 어느 작가가 진짜 이야기이고어느 쪽이 환상인지도 헷갈리고오히려 둘이 다른 차원에 존재하면서 서로 침투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그러면서 스토리의 전개라기보다는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기욤 뮈소의 고민과 자의식을 드러내기 위해 이 책을 써나싶은 순간...

 

이야기는 갑자기 반전을 이룬다내가 여전히 기욤 뮈소를 잘 몰랐었나 싶었다앞의 독립된 두 이야기와 그러면서도 서로 환상을 통해 침투하는 내용은 분명히 전체 스토리에 기여하기 위해서 잘 짜놓은 밑밥이었던 것이다거기에는 이 소설 속 작가가 창작한 작품도 있고그 작가가 겪는 이야기도 있고그 작가가 그 작품과 소통하는 방식도 있다그리고 이후에 전개될 이야기의 단서도 담겨 있다.

 

그래서 다 읽고 보면소설의 구성이 복잡해보이지만 그렇게 복잡한 것은 아니란 걸 다시 깨달을 수 있다오히려 이전의 소설보다 단순한 구성일 수도 있다한두 매듭만 잘 풀어내면 모두 잘 풀어지는 헝클어진 실타래처럼이 소설도 한두 지점만 잘 포착해내면 전체가 환해지는 구조인 셈이다이러한 구성이 기욤 뮈소가 처음 시도하는 것도 아니고기욤 뮈소가 거창하게 그런 이야기 구조를 치장한 것도 아니다오히려 소박하게 꾸며내면서도그래서 상당히 친근하게 접근하도록 한다그게 기욤 뮈소를 읽게 만드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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