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A Jan 21. 2021

천황, 일왕, 혹은 덴노, 그 신화와 역사 사이

김후련, 《일본 신화와 천황제 이데올로기》


어떻게 불러야, 써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 그들이 쓰는 것을 그대로 우리대로 읽어 ‘천황’이라 해야 할지, 그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일왕’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그들이 부르는 데로 ‘덴노’라고 해야 할지. 때에 따라 이리도 쓰고, 저리도 부르지만, 어느 쪽이나 그리 개운한 건 아니다. 그건 그만큼 그 존재가 우리에게 껄끄러우면서 또 상징성 또한 크게 때문이리라. 


김후련의 《일본 신화와 천황제 이데올로기》는 그 천황, 천황제에 대한 역사와 의미, 영향을 망라하여 기술하고 분석한 책이다. 천황이라고 하고 있지만, 천황이라고 하는 인물에 대해서 다르기보다는 정확히는 제도와 상징으로서 ‘천황제’에 대해서 다루는 것이므로 ‘천황제’라 쓰는 게 어색하지 않고, 그래서 또 일관성을 위해서 ‘천황’이라고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천황, 또는 천황제는 역사 속에서 신화로 기록되기 시작해서, 다시 역사로, 다시 신화로. 그 존재를 오간 존재이자 제도다. <고서기>와 <일본서기>에 기록된 것 천황 자체가 설화이지만, 그것을 역사로 받아들이면 그건 설화를 넘어서 신화가 되고 상징이 된다. 사실 우리의 단군신화도 그러한데, 문제는 우리의 단군신화가 그것으로 끝나고 민족의 상징 정도로 이해하는 데 반해, 아마테라스부터 비롯되었다는 일본의 천황은 역사적으로나 현실에서나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막부 시대에 천황의 주렴 뒤의 존재로 거의 유폐된 상태였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의문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나 도쿠가와 이에야스 같은 인물이 왜 직접 왕이 되지 않았느냐는 것인데, 그들이 집권하는 과정에서 처음부터 한꺼번에 권력을 틀어쥐고 일본을 통일한 것이 아니라, 많이 세력과의 싸움을 통해서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천황이라는 상징적 존재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온존한 천황제가 메이지 유신을 거치고, 쇼와 천황(히로히토)으로 건너가면서 천황은 다시 신화적 존재가 된다. 말하자면 현신인, 즉 살아있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되고, 무오류의 존재가 된다. 그것도 당연히 필요에 따라 그렇게 떠받들어졌지만, 그 폐해는 청일 전쟁 이후의 군국주의로 이어지고, 다시 처참한 15년 전쟁(만주사변, 중일전쟁, 아시아태평양전쟁으로 이어지는 전쟁)으로 파국적인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 


태평양 전쟁은 일본의 항복으로 끝났지만, 천황은 기소도 되지 않았으며, 천황제는 (맥아더의 비호 아래) 그대로 온존했다. 더군다나 히로히토가 항복이라는 표현도, 사과의 표현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일억참회론’ 같은 얘기가 진지하게 나오고 강요되었다는 사실은 아연할 뿐이다(여기서 일억은 일본 본토만이 아니라 식민지 조선과 대만을 비롯한 일본이 점령하고 있던 아시아인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고, 전쟁에서 천황에게 승리를 안겨주지 못한 데 대해 모두 참회를 하고 반성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그 천황제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굳건히 존재하고 있다(처음 일본의 달력 때문에 놀랐던 것이 천황 탄생일이라고 해서 휴일로 정해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 휴일은 2019년 이후로 바뀌었다). 


김후련은 일본의 천황제를 비판하지만, 비분강개는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그녀는 ‘일본군 성노예’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명칭이라고 분명히 하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등에 대해서 앞뒤 없이 (언론부터 시작해서) 비분강개하여 덤벼드는 것이 결코 우리나라에도 좋지 않다고 지적한다. 천황제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와 일본인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하며, 그들의 준동을 엄밀하게 분석하고 냉철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떤 것이 엄밀한 분석이고, 어디까지가 냉철이고, 또 어디서부터가 감정적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있고, 불분명한 면이 있지만, 그래도 동의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뭔가를 알아야 하고, 특히 그 안에 숨어 있는 역사와 그들의 감정을 파헤칠 수 있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죽어가는 '천황의 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