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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an 27. 2021

사랑, 평범해지는 이야기

샐리 루니, 《노멀 피플》

누구나 자신의 사랑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떨어져서 보면, 사랑은 평범해지는 이야기다. 평범한 사랑? 그게 뭐 어려울 게 있겠냐 싶지만, 다들 알 것이다. 사랑을 평범하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또 다들 그렇게들 사랑한다는 걸. 어려우면서도 보편적인 이야기, 그게 사랑 이야기다. 노멀(nomal)한 거다.


두 남녀가 있다. 코넬과 메리엔. 2011년 1월부터 2015년 2월에 이르는 시간. 그들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학 시절까지 사랑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사회신분에 차이가 있고, 성격도 다르다. 코넬은 메리엔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미혼모의 아들이고 내성적이지만, 성격 좋고 많은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남자이고, 메리엔은 커다란 집에 유복한 가정 출신이지만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을뿐더러 학교에서도 완전히 아웃사이더였다. 그들은 사랑한다. 하지만 헤어진다. 여전히 그리워하면서도 다른 남자와 여자와 사귀지만, 다시 만나 사랑한다. 하지만 다시 헤어진다. 그들의 만남은 필연으로 보이고, 헤어짐은 아주 사소한 오해와 계기로 인한 것이라 안타까워 보인다. 그렇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중요한 것은 만나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헤어지는 과정과 그 마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만나 사랑을 나누는 장면보다 멀어져서 서로를 쳐다보는 모습이 더 밀도 높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샐리 루니의 두 번째 작품이고 맨부커상 후보작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바로 작가의 나이 이전에 머문다. 그러니까 자신의 한계 속에서 사랑과 헤어짐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래서 지나치게 거창하지 않으면서 섬세한 감수성을 잘 녹여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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