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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an 29. 2021

우울과 고독. 이제는 돌아갈 수 없다

존 윌리엄스,《오직 밤뿐인》


《스토너》의 작가 존 윌리엄스는 평생 네 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그중 첫 작품이 《오직 밤뿐인》이다. 2차 세계대전에 공군으로 참전했다 비행기 사고로 부상당하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작품을 구상하고 썼다고 한다. 스물 네 살의 고독한 청년이 주인공인 이 소설을 전쟁터의 텐트 속에서 스물 두 살의 청년이 썼다는 얘기다.


그의 부인과의 인터뷰를 보면 존 윌리엄스는 이 작품을 멀리했다고 한다. 미숙한 시기의 미숙한 작품이라 생각했을까? 그럴 수도 있겠다. 평생을 단 네 편의 소설을 발표할 정도라면 대체로 완벽주의에 가까웠을 것 같다. 심지어 영문학 교수라면. 이제 겨우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되는 나이에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이후 세상에 대한 생각과 그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진 못했지만, 그래도 멀리 떨어져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세상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때의 자신이 세상에 대해 던진 질문과 답이 조금은 부끄러울 수 있을 것이다(작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누군들 그러지 않겠는가?).


《오직 밤뿐인》은 우울하다. 어느 도시의 호텔에 머물며 직업도 없이 아버지가 보내주는 수표로 살아가는 청년 아서 맥슬리는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그는 환상에 시달린다. 겨우 만 하루 동안의 이야기지만 그 사이에도 그의 감정은 극단을 달린다. 그런 우울이 어디서 왔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어머니의 부재다. 어머니가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지만 분명 충격적인 사건이었으며 그때부터 아버지로부터도, 그리고 세상으로부터도 도피를 선택하게 된다. 무슨 과정을 거쳐서 그렇게 되었는지는 알려주지 않지만, 그것을 알려주지 안기에 그 계기가 무엇이든 지금 외롭고, 닿지 않는 사랑을 갈구하는 정신 자체가 있을 뿐이다. 전쟁에서 전우는 죽고, 자신은 살아남아 그들의 인식표를 회수하러 가는 일을 맡게 된 것과 같이.


읽으면서도 모호하고 우울했다. 다 읽었을 때 사위가 어두어지고 있었다.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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