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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Feb 12. 2021

가가 형사, 사건을 해결하다

히가시노 게이고,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키가 훌쩍 크고, 넓은 어깨를 가졌으며, 냉철한 머리, 뜨거운 심장, 빈틈없이 날카로운 눈매로 범인을 쫓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잃지 않는 형사”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 중 하나인 가가 교이치로에 대한 설명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자신의 두 번째 소설인 《졸업》(1986) 이후 10편 정도의 소설에서 가가 교이치로를 등장시켰다. 그 목록을 보면, 《졸업》(1986), 《잠자는 숲》(1989),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1996), 《악의》(1996), 《내가 그를 죽였다》(1999), 《거짓말, 딱 한 개만 더》(2000), 《붉은 손가락》(2006), 《신참자》(2009), 《기린의 날개》(2011), 《기도의 막이 내릴 때》(2013).


이중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는 다른 가가 형사 시리즈와는 다른 면모를 지닌다. 바로 단편소설집이라는 점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장편에서 사건의 다양한 지점에서 관찰하고 파고들어가며 사람들의 심리를 잘 묘사하면서 반전을 이뤄내는 훌륭한 솜씨를 보여 왔지만, 단편에서도 최소화한 등장인물 속에서 사건의 핵심을 통해 반전을 만들어내고 감동을 만들어내 왔다.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도 그렇다.


단편이라 가가 형사의 매력적인 부분은 덜 드러난다. 그가 사건을 추리해서 범인을 추궁하는 장면(“뭣 좀 확인할 게 있어서요.”)이 도드라지고, 그가 고민하고, 추적해가는 과정은 생략되어 있다(다만 <친구의 조언>에서 그런 인간적인 면모가 조금 드러날 따름이다).


대신 가가 형사가 추궁하는 죄를 짓거나 죄를 감추거나, 혹인 피해자의 심리가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완벽하게 감추었다고 생각했는데, 작은 실마리를 통해 자신을 추궁해오는 형사를 향한 두려움, 자신이 어찌 되어도 딸만은 보호하겠다는 마음, 어긋나버린 계획에 어찌할 바 모르는 초조함, 아내의 부정과 의도를 애써 외면하는 남편으로서의 도리와 자존심. 비록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전에 나왔지만 지금 현재로도 충분히 의미를 지닐 수 있다. 그건 인간의 마음이라는 게 상당히 보편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그래서 오래된 소설을 고전이라는 형식으로 지금도 읽는 이유일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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