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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Feb 12. 2021

끝까지 은폐되더라도 결국은 새드 엔딩

히가시노 게이고, 《호숫가 살인 사건》


히가시노 게이고의 《호숫가 살인 사건》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사건을 해결하는 이가 사건 내부에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추리소설이라면 어느 정도는 훈련받거나, 아니면 상당히 뛰어난 지력을 가진 인물이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해나가야 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형사나 혹은 그와 비슷한 지위에 있는 인물이 등장하지도 않으며, 사건의 전모가 밝혀짐에도 불구하고 살인에 대해서 누군가 처벌받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소설이 추리소설로서 부적격인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인물이 여러 가지 의문점들을 모아서 그것을 해결하는 가장 적절한 설명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가장 독자 친화적인 추리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호숫가 별장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사건을 덮고자 하는 이들에 대해서 이상한 점은 무딘 독자라도 쉽게 느낄 수가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도 계속해서 그 점을 환기시킨다. 그리고 그 이상한 점이 이 사건을 둘러싼 가장 큰 비밀이며 또한 해법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문제는 그걸 얼마나 극적인 상황으로 만들 것이며, 또 반전의 지점을 어디로 어떻게 삼을 것이냐인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사건의 진상을 외부의 인물을 끌어오지 않고, 그 자체에서 스스로 밝혀지도록 하고 있다. 끝까지 뜻밖의 사실과 추론을 이어가며 결국에는 그것으로 파국, 내지는 “끝” 이런 표현이 나오지 않도록 한 것은 어찌 보면 작가로서의 자신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 상황에 나와 내 가족을 대입해본다. 물론 아이들의 입시에 그렇게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므로(정확히는, 그렇지 않았으므로), 내가 대입해보는 지점은 (살인 사건이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사건 속에 들어갔을 때이다. 나는(아니, 나도) 과감히 진실을 밝혀야 하며 정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뛰쳐나갈 수는 없었을 것 같다. 그걸 어떻게 포장하더라도 결국은 왜곡된 사랑이며, 부당한 은폐라는 것은 알지만... 사실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택한 결말에 더 공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평생 괴로워할 것이다. 순스케도, 미나코도 그럴 것이며, 쇼타도 그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철저한 새드 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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