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웃음과 풍자 코드로 읽는 도스토옙스키 단편선》
표지의 인상마냥 도스토옙스키는 음울한 느낌이다. 인간 군상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데 가차 없다. ‘웃음과 풍자 코드’라 했지만 가볍지 않다. 여전히 그는 인간의 본성에서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에 더 천착하고, 그런 본성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것을 보여준다.
여섯 편의 단편을 실었다. 단편임에도 도스토옙스키의 장편소설에서도 볼 수 있는 장황한 문장은 여전하다(당시 러시아에서는 글자 수에 따라 원고료를 받았고, 도스토옙스키는 오로리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했기에 글자 수를 늘리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읽다보면 그런 장황함은 도스토옙스키의 특징으로 볼 수 있을 만큼 익숙해지고, 역하게 느껴지지 않는 힘이 있다.
다소는 황당하지만 그 황당한 상황이 이야기하는 바가 있다. 악어에게 잡아 먹혔는데, 악어 배 속에 멀쩡히 살아남아 밖의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 상황, 게다가 그 악어 주인은 절대 악어의 배를 가를 수 없다고 하고, 또 많이 이들이 그걸 인정하는 상황은, 특히 현대라면 절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통해 그 당시 자본주의가 도입되고 있던 러시아의 배금주의라든가, 인간의 허위의식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가장 인상 깊게 읽게 되는 작품은 <끔찍한 일화>다. 영화로도 제작되었다는 이 작품은 매우 소란스럽지만, 또 매우 처절하다. 고위직의 공무원이 우연히 찾아가게 된 직장 부하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벌이는 소동을 통해 교양이라든가, 지위가 얼마나 역설적인가를 보여준다. 또 마치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주듯, 사람이 술에 취하는 과정과 그 결과를 보여주는 느낌도 있다. 내가 그러겠구나, 하는...
이 작품들로 도스토옙스키의 진면목을 접할 수 있다고 하기에는 미흡하지만, 그래도 그의 장편으로 가는 길목에서 숨을 돌리고 익숙해지기에는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