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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May 21. 2021

장벽을 뛰어넘은 여성과학자 15인

섀런 버트시 맥그레인, 《두뇌, 살아있는 생각》


《화학의 프로메테우스》를 썼고, 리타 콜웰과 함께 《인생, 자기만의 실험실》을 함께 쓴 섀런 버트시 맥그레인이 퀴리 부인(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부터 시작해서 발생학과 유전학을 결합시킨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크리스티안네 뉘슬라인-폴하르트까지 15명의 여성 과학자들에 대해 썼다. 퀴리 부인과 같이 모르는 이 없이 정말 유명한 과학자부터 에미 뇌더라든가, 로잘린 수스먼 앨로와 같이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잘 모르는 여성 과학자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고, 그들의 삶과 과학, 그리고 성공 요인까지 분석하고 있어 무척이나 공들인 책이다. 여성 과학자라는 지위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던 시절에 온갖 역경을 헤치고 꿋꿋이 과학의 길을 걸어간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감동스러우면서도 교훈적이다. 더욱이 지금도 교수 채용에서 여성 할당 비율을 정한 것에 대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도 의미 깊게 다가온다.


그런데 그런 당연히 읽어야 하는 부분 외에도 이 책에 대해서는 몇 가지 곁다리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우선 일반인이 생각하는 과학자라는 인식에 대해서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과학자들은 어떤 이일까? 어떤 인물을 과학자라고 생각할까? 뉴턴, 갈릴레오, 다윈, 스티븐 호킹, 퀴리 부인... 모두 대단한 업적을 남긴 이들을 과학자의 전형처럼 생각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적어도 노벨상쯤은 타야, 아니면 그 근처까지는 가야 과학자라고 이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과학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일반인들이 떠올리는 이들 말고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뛰어난 업적을 남기지 못한 이들은 실패한 과학자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그 많은 과학자들이 나름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는 것 자체가 과학이라는 분야에, 나아가 인류에게 이바지하는 것이다. 당연히 훌륭한 업적을 남기고 인정받는 이들의 전기를 읽으면서 그들에 대해 감탄하고 그런 과학자가 되려는 각오를 다지는 것은 권장해야 하는 일이지만 이들만이 과학자이며, 여기에 들지 않는 과학자는 모두 실패한 과학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며, 과학에 대한 왜곡된 시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번째는 이 책의 부제와 관련해서다(제목은 이 책의 내용과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논외). 이 책의 부제는 ‘노벨상의 장벽을 넘은 여성들’이다. 그런데 정작 여기에 소개하고 있는 열다섯 명의 여성 과학자 모두가 노벨상을 받은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라든가, 그녀의 딸 이렌트 졸리오-퀴리, 바바라 매클린톡, 도로시 크로푸트 호지킨과 같은 이들은 이전부터 노벨상을 수상했던 것을 알고 있을 만큼 그들의 분야를 넘어서서 유명한 이들이지만, 게르티 래드니츠 코리, 마리아 괴페르트 마이어, 리타 레비-몬탈치니, 거트루드 앨리온, 로잘린 수스먼 얠로, 크리스티안네 뉘슬라인-폴하르트와 같은 이들은 검색을 해봐야 언제 무슨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았는지 알 수 있을 만큼 대중적인 인물은 아니다. 그리고 핵물리학자 리제 마이트너나 우젠슝과 같은 경우에는 노벨상 수상에서 제외되었을 때 논란이 되었었던 인물들이라 어느 정도 유명세를 탔고, 로잘린드 엘시 프랭클린은 왓슨과 크릭이 DNA 구조 발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에도 그의 역할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비극적으로 이른 죽음을 맞이한 한참 후에야 재조명되면서 유명해졌다. 그러나 수학자인 에미 뇌더라든가, 펄서를 발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조슬린 벨 버넬은 노벨상도 받지 못했고, 어떤 의미로도 대중적인 유명세도 타지 못한 인물들이다(그러니까 노벨상을 받지 못한 과학자가 다섯이나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의 언급과 관련해서도 노벨상 자체만을 가지고 이 책의 과학자들을 평가하는 것은 불편부당하다. 여기서 소개하고 있는 여성 과학자들도 노벨상을 받은 이후 삶이 바뀐 경우도 있지만, 노벨상 자체를 그저 지나가는 한 지점으로만 여긴 이들도 있다.


끝으로는 책의 ‘품질’에 관한 것이다. 정말 오역(誤譯)이 많다. 오자도 많고, 탈자도 많다. 엉뚱한 띄어쓰기도 많다. 옮긴이가 조금만 더 신경썼더라면, 편집자가 꼼꼼하지 않더라도 그냥 한번 검토했더라면 이런 번역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도무지 말이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주어-동사가 호응되지 않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게다가 이름 표기도 왔다갔다 한다. 이 좋은 내용의 책을 이렇게 번역하고 세상에 내놓았다는 것이 좀 부끄러울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누군가(될 수 있으면 과학 분야 전문번역가) 이 책을 다시 번역해서 내놓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http://blog.yes24.com/document/1442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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