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A Jun 01. 2021

그들의 삶은 지속될 수 있을까?

더그 복 클락, 《마지막 고래잡이》


인도네시아에서도 남동쪽에 위치한 솔로르 군도의 렘바타섬의 남쪽 마을 라말레라에서는 지금도 전통적인 방식의 고래사냥이 이뤄진다. 바다에 고래가 나타나면 “발레오! 발레오!”라는 외침이 마을에 울려 퍼지고, 해변으로 몰려든다. 남자들은 나무로 만든 작은 고래사냥 배 테나에 올라 고래사냥에 뛰어든다. 테나 앞쪽으로 돌출된 하마롤로에 선 작살잡이 라마파는 고래가 다가오면 바다 속으로 뛰어들며 작살을 날린다. 작살이 명중하면 테나 선단은 고래 주변으로 모여들어 작살을 고래에게 퍼부으며 고래를 사냥한다.


라말레라의 사람들은 고래가 조상이 주신 선물이라 여긴다. 부족의 누군가가 부정 타면 조상의 선물인 고래가 오질 않는다고 여긴다. 사냥한 고래와 가오리 등은 사냥에서의 역할에 따라 나누고, 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더라도 마을의 모두가 나눠 갖는다. 바다에서 이뤄지는 수렵채집인의 삶이다.


그들의 삶에도 현대 문명이 침투해 온다. 전통 고래잡이배인 테나 말고 선외 동력선인 존손이 도입된다. 새로운 방식의 고래잡이를 인정할 것인지를 두고 사람들은 갈등한다. 새로운 세대의 청년들은 라말레라 바깥의 삶을 동경한다. 연장자들은 그런 자식들을 인정하기도 하고, 또 못마땅하기도 하다. 그들이 너른 세상에 나가서 배우는 것을 포기하기를 종용하기도 하고, 또 밖에서 배우더라도 돌아오기를 고대한다. 그렇게 도시의 삶을 소망하기도 하지만, 어떤 청년들은 갈등 끝에 자신의 터전에서 조상들의 삶을 이어가는 것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어느 오지 바닷가의 전통적인 방식의 고래잡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잠깐 본 기억이 있다. 아마도 바로 라말레라의 얘기였을 것이다(그도 그를 것이 한국 방송국 얘기가 책에도 나온다. 무척 부정적으로. 그들은 무례했다). 그때는 저런 방식으로라도 고래사냥이 허용되어도 괜찮을지에 생각이 머물렀다.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경외가 들어서기에는 너무 피상적으로 봤던 것 같다. 책에서도 지적하지만 환경보호 관련 NGO도 그들의 전통적 삶에 대한 존중보다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가치에 보다 중심을 두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이 한 해 동안 사냥하는 향유고래 마릿수는 겨우 두 자리 수를 넘고, 때로는 대여섯 마리에 불과할 때도 있으니 그들이 고래 멸종에 한 역할을 한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을 애써 무시한다.


더그 복 클락은 몇 해에 걸쳐 라말레라를 방문하고,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과 이야기하고, 그들의 삶을 그대로 그려냈다.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가치 평가를 최대한 자제하고, 그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또 어떻게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결정을 하면서 살아가는지를 기록했다. 그들 공동체가 현대 문명의 포화 속에서 변화해야만 하는 상황을 보여주면서도 또 그 와중에도 지켜가야 하는 가치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하여 단순히 그들의 마을, 그들 부족의 문제만이 아니라 지구 모든 곳에서 벌어지는 문제, 즉 보편적인 문제로 만들고 있다.


그들이 고래사냥하는 방식도 변할 것이다. 그들의 삶도 변할 것이다. 어떤 세계든 변화를 맞기 마련이다. 그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며 공동체를 유지해나가는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유지된 공동체는 과거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한 채 미래로 향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공동체는 갈등 속에 해체되고 과거의 기억을 잊어버리고 뿔뿔이 흩어진다. 라말레라가 어떤 운명을 겪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더그 복 클락은 그 사라져 갈지도 모르는 세계를 글자로 남겼다. 그래서 우리는 욘도, 이카도, 그들을 기억할 수 있게 되었고, 그들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세상을 잇는 생명, 곰팡이의 세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