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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n 22. 2021

배신이란 무엇인가?

아모스 오즈, 《유다》


“1959년 말에서 1960년 초 겨울에 있었던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는 실수와 욕망, 실패한 사랑과 답 없이 여기 남겨진 어떤 종교적 문제가 담겨 있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두 인물의 이야기가 축을 이룬다. 하나는 예수를 배신한 가룟 유다.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을 배신한 쉐알티엘 아브라바넬. 모두 ‘배신자’로 비난 받는 인물들이다. 이 소설은 ‘배신’에 관한 이야기다.


가룟 유다는 배신자로서 정말 유명하다. 은화 30전에 예수를 팔아넘긴 열두 제자 중 한 사람. 그를 배신자라 하지 않는 이가 없다. 하지만 아모스 오즈는 과연 그가 예수를 정말 배신한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단 한 순간도 유대교를 버리지 않았던 예수였지만,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힘으로써 종교(기독교)가 탄생한다(기독교는 사실 예수의 종교가 아니라 바울의 종교다). 바로 그 촉발점이 유다가 아니었나, 유다는 예수로 하여금 예루살렘으로 가기를 권했던 인물이고, 예수가 죽은 이후 따라 죽은 유일한 제자였다. 아모스 오즈는 가룟 유다야말로 최초의 기독교인이자, 마지막 기독교인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가룟 유다의 배신이야말로 기독교인에게는, 아니 모든 이에게 너무도 명확한 것이라 누구도 그의 이름을 다른 의미로 언급하기를 꺼린다. 그(와 그의 이름)에게서 비롯된 유대인에 대한 편견은 수천 년을 이어오고 있다.


또 하나의 인물은 쉐알티엘 아브라바넬이다. 그는 이스라엘의 건국 당시 초대 총리가 된 벤구리온과 맞섰던 인물이다. 건국 전쟁에 반대했으며, 아랍인과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주장했지만, 그 때문에 유대인들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힌다. 물론 이 인물은 아모스 오즈가 만들어낸 인물이지만(혹시 몰라 찾아봤다), 그 시대에 건국에 대한 열광에도 불구하고 다른 의견을 가졌던 인물이 없었을 리 없다는 상식에 비추면, 분명히 존재했을 인물이기도 하다.


두 배신자. 한 사람은 유대인으로 배신했고, 또 한 사람은 유대인을 배신했다. 그런데 정말 그들의 배신은 배신이었을까? 아모스 오즈는 당연히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는(논란을 넘어설 수도 있는) 두 인물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이야기한다.


이 배신, 배신자 이야기는 세 사람을 등장 인물을 통해 전개된다. 슈무엘 아쉬. 사랑에 실패하고,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이후 경제적으로 곤란해지고, 학위 논문까지 포기한 청년. 대학의 카페테리아에 붙은 구인 공고를 보고 어느 집을 찾아간다. 그곳에는 일흔 살의 장애인 게르숌 발드와 그의 며느리 아탈리야 아브라바넬이 있다. 슈무엘의 일은 발드와 매일 다섯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발드의 아들이나 아탈리야의 남편은 촉망받는 수학자였지만 쉐알티엘 아브라바넬이 반대했던 건국 전쟁에서 처참하게 전사하였다. 슈무엘과 발드 사이에는 이상주의와 현실주의, 사회주의와 민족주의의 간극이 있고, 슈무엘과 아탈리야 사이에는 사랑인지 욕망인지 모를 관계가 형성된다. 이 세 사람 사이의 긴장이 앞의 두 인물의 배신(또는 배신이 아닌) 이야기와 얽힌다.


아모스 오즈라는 소설가는 낯이 설다. 히브리 작가 자체가 낯익지 않다. 하지만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며, 많은 문학상(우리나라의 박경리문학상을 포함하여)을 받은 소설가다. 또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갈등에 관해 전향적인 방안(‘두 국가 해결책’)을 주장했던 인물이다. 그도 ‘배신자’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며, 그래서 유다를 떠올렸을 것이라 짐작된다. 과연 ‘배신’이란 무엇인가?


《유다》는 그의 마지막 소설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구상했고, 문제적인 작품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했던 소설이다. 소설의 논쟁적인 주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역사와 종교, 그리고 민족 등 결코 그 하나하나를 봐도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를 한 청춘의 좌절과 사랑, 그리고 토론을 통해서 풀어간다. 물론 답 없이 영원히 남겨질 문제이지만, 그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좋은 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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