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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Sep 04. 2021

파묻혔던 거짓말을 파헤치고 진실과 마주하다

크리스티나 올손, 《피할 수 없는 거짓말》


크리스티나 올손의 《파묻힌 거짓말》의 속편. 마틴 베너라는 스웨덴의 흑인 변호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스릴러 연작이다(여기서 굳이 ‘흑인’을 붙인 이유는 그 상황에 이 소설에서 적지 않게 중요한 배경이기 때문이다). 전편인 《파묻힌 거짓말》을 읽은 지 2년이 되었으니(http://blog.yes24.com/document/11596981) 기억을 되살릴 필요가 있었지만, 앞부분에 간단히 요약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수십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자연스레 기억이 떠오른다. 《파묻힌 거짓말》이 궁금증만 잔뜩 유발하고 끝냈다는 것과 함께. 그러니 이 《피할 수 없는 거짓말》은 전편에서 남겨 놓은 여러 가지 의문을 풀어줘야 할 의무를 지닌 소설인 셈이다.


《파묻힌 거짓말》에서 남겨 놓은 의문은 루시퍼라는 존재가 누구인지, 미오를 납치한 이가 과연 누구인지, 그리고 제니와 바비를 살해한 이가 누구인지 하는 것 등이었다. 마틴 베너는 이 마지막 의문 때문에 용의자로 몰려 있는 상황으로 소설이 이어진다. 죽는 것은 그 둘만이 아니었다. 전편의 비밀, 즉 거짓말의 전모를 알고 있거나 접근할 수 있는 이들이 죽어나간다. 그리고 마틴 베너는 더욱더 수렁에 빠져들어가는 듯 하고, 여러 문제들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처한다. 그 과정에 마틴 베너가 미국에서 경찰 생활을 접고 스웨덴으로 와야 했던 이유가 밝혀지고, 그 사정이 현재의 사건과 어떻게든 관련이 있다는 심증이 짙어진다.


어쩌면 추악하고, 또 어쩌면 안타까운 사정이, 그리고 어리석거나 어쩔 수 없던 선택이 얽히고 얽혀 있었다. 마틴 베너의 어린 시절부터의 삶이 관련되어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반전이랄 수 있었다. 루시퍼의 존재 어느 시점까지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사건이 증폭되고 가장 극적인 국면에 올랐다 해결되는 과정이 소설 속 시간으로도 그리 긴 시간을 소요하지 않았지만, 소설의 전개 역시 놀라우리만치 빠른 속도다. 그 속도를 유지하면서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그리고 뻔하지 않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작가의 능력이다. 왜 크리스티나 올손이라는 작가가 시장이 그리 넓지 않을 것 같은 스웨덴이라는 국경을 넘어서서 국제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대접받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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