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국면에서도, 그 이전에도 질병과 약 관련해서 전문가의 위치는 매우 위태하다. 어떤 때는 전문가의 견해라고 떠받들다가도 그게 자신의 이해관계와 어긋나면 무시하기 일쑤다. 거의 약장수 수준의 이를 전문가로 모셔놓고 해설을 듣는 경우도 많이 본다. 또 그 사이비 전문가의 말을 옮기며 그걸 근거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도 한다. 전문가의 책임이기도 하고, 사회의 고질적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전문가들이 대중과 소통 지점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거기에도 문제가 있다. 대중과의 소통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문제다. 문제를 쉽게 해설하는 것만이 능사도 아니며(그러다 왜곡이 일어나는 경우를 흔하게 봐왔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용어를 쓰면서 거의 논문 수준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안 될 일이다. 어려운 일이다. 어려운 일이니 전문가가 더욱 힘써야 한다는 말이 나와야 하지만, 누가 어려운 일을 맡을 것인가의 문제가 또 나온다. 언론에 나와 대중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것을 좋아하는 전문가도 있지만, 묵묵히 연구에 힘쓰는 전문가도 있고, 또 그런 전문가가 더 필요하기도 하다. 사실 둘 다 잘하는 전문가가 많지는 않다.
그래도 ‘약’에 관련해서는 정진호 교수는 전문가다(재작년에 정년퇴임했지만). 자신의 분야이니 알고 있는 바도 많겠지만 오랫동안 고민해 온 바가 있었을 듯하다. 전문가의 말을 제대로 믿지 못하고, 이상한 약을 사는 모습을 보면서 자괴감도 들었을 것이다. 주변에서 약을 오남용하는 사례도 흔하게 목격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역할은 그저 연구나 열심히... 이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할 얘기가 있었고, 그래서 썼다.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는 그런 책이다.
우선 약에 관한 흔한 오해 몇 가지를 불러오고 있다. 플라시보 효과에 대해서, 비타민의 효과에 대해서, 우울증 약의 위험성에 대해서, 술 깨는 약에 대해서. 이중 몇 가지에 대해 간단히 결론을 얘기하자면, 우선 비타민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대체로는 고른 식사로 다 충족될 수 있으며, 오히려 많이 먹으면 해로울 수도 있다. 그리고 술 깨는 약은 없다. 술을 많이 마셔도 취하지 않거나 숙취를 해소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는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분명한 성과는 없다.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적게 마시는 것이다.
다음은 약과 독 사이의 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약도 많이 쓰면 독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반대로 독도 적절히 사용하면 약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많이 얘기한다(이 말은 잘못된 말이다. 독은 대체로 독일 뿐이다). 여기서는 현대 역사에서 비극적인 사태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탈리도마이드라는 입덧 치료제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수많은 어린아이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다. 그리도 앞의 약에 관한 오해에서 다뤄도 될 만한 내용도 있는데 디톡스 제품과 관련한 것이다. 역시 간단히 얘기하자면 디톡스라는 개념 자체가 애매하며(무엇이 독소인지도 정의되어 있지 않고), 독소를 제대로 제거되는지도 증명된 바가 없다. 말하자면 광고에 속지 말 것!
‘위대한’ 약에서도 다룬다. 마취제라든가, 백신, 소독제, 항생제, 아스피린, 말라리아 치료제, 비아그라와 같은 것들이다. 이 부분은 사실 그동안 나온 많은 책들과 겹친다. 그리고 약에 관한 욕망에 관해서는 만병통치약이라든가, 슈퍼푸드, 인간의 평균 수명, 인공지능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다. 당연히 만병통치약, 그런 것은 없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이고, 슈퍼푸드와 관련해서도 회의적이다.
그런데 내가 가장 강렬하게 받은 메시지는 따로 있다. 약을 남에게 권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떤 약이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해서 남에게 반드시 도움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전문가도 아닌 입장에서 약을 권하는 행위 자체가 이 분야, 즉 사람의 건강과 목숨을 달려 있는 분야에서 위험성을 자초하는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