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늙지 않는다면...

야마다 무네키, 『백년법 1』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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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이 아닌) 여섯 발의 원자폭탄으로 패전한 일본은 미국에서 개발한 불로화(不老化) 기술 HAVI를 도입한다. HAVI는 여행비둘기 중 바이러스에 의해 늙지 않는 개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후 개발한 기술이다. 사람이 바이러스를 접종 받으면 늙지 않는다. 20세 이후에 접종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데, 누구나 젊게 오래 살게 되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생존제한법, 이른바 백년법(百年法)을 제정한다.


일본에서 HAVI가 도입된 지 100년을 앞둔 시점, 2048년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시접종받은 지 100년이 되는 사람들은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일 것인가? 누구나 오래 사는 사회가 되면서 국가의 활력이 떨어지고, 많은 문제가 생겨났지만 사람들의 욕망은 끝이 없어 100년 동안 젊음을 유지하고도 예고된 죽음을 앞두자 동요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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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명의 독립적인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나는 백년법 시행을 준비하는 내부성의 ‘생존제한법 특별준비실’의 실장 유사의 그룹이고, 또 하나는 이제 백년법 적용을 20여 년 앞둔 란코와 그녀의 어릴 적 친구의 딸 유키미이다(란코의 친구는 HAVI를 시술받지 않고 자연사했다). 그리고 백년법 적용을 바로 앞둔 형사 도게와 1980년대 폭동을 일으켰다 50년 동안 감옥에 있다 나온 기바 미치오가 있다. 이들은 백년법에 대한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 유사는 백년법 시행이야말로 일본이 활력을 찾을 기회라고 보고 있으며, 그것을 위해서는 독재도 불사해야 한다고 믿는다. 란코는 백년법에 대해서 큰 생각이 없으나, 형사 도게는 어떻게든 죽음을 면하고 싶어 한다.


백년법 시행과 관련하여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온 총리는 국민투표를 감행하고 결국은 시행이 중단되고 만다. 이야기는 다시 20여 년이 흐른다. 일본 사회는 어떻게 변하고 있었을까? 백년법 국민투표 5년 만에 그 법은 다시 시행되게 된다. 거기에는 유사의 계략이 있었다. 20년 동안 유사는 총리가 되고 그가 보좌한 정치인 우시지마는 대통령이 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란코와 유키미는 함께 살고 있고, 란코는 기바 미치오와 짧은 사랑을 통해 낳은 아들이 있고, 이제 HAVI 시술 백년을 바로 앞두고 있다. 사회는 극도의 혼란을 겪은 후, 백년법 시행 이후 다시 조금씩 활력을 찾게 되었지만, 부와 권력의 집중이 더욱 심해지면서(대통령이 개인적인 백년법 적용 유예의 힘을 가졌으니) 다시 침체의 기로에 서 있다. 백년법 시행을 거부하고 도망다니는 사람들이 늘었으며 그들에 의한 폭탄 테러도 줄 잇고 있다. 그렇게 1권의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만 읽으면서도 ‘노화’, ‘영생’, ‘불로’, ‘죽음’과 같은 묵직묵직한 주제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20대의 모습으로 100년, 아니 더 오랜 시간을 산다? 그게 과연 축복일까? 죽지 않는 삶이라는 게 정말 바람직한 것일까? 그런 사회는 유토피아인가? 1권의 내용만 보더라도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죽음은 누구나 원하는 것이 아니지만, 그것이 없다면 삶은 의미가 없어진다. 신체의 나이는 그대로이지만 정신의 나이는 계속 증가하면서 혁신적 생각과 도전적 행위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사회는 정체되어 있고, 인재들은 고갈되고 말 것이다.


과연 이 디스토피아와 같은 상황을 작가는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파국일까? 그래도 해피엔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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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소 의외스러운 것은,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앞서가는 나라로 설정된 점이다. HAVI를 도입했음에도 생존제한을 훨씬 당겼고, 또 그래서 기술 혁신을 꾸준히 이루고 있는 나라로 일본이 따라가야 하는 나라로 설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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