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다른 존재에 대한 진지한 생각들

캐스파 헨더슨,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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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동물우화집"을 표방한 캐스파 헨더슨의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은, 그러나 정말 신기하게 생기거나, 너무나도 독특한 행동이나 특징을 가진 동물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고 있다. 물론 깜찍하게 생긴 아홀로틀이나 눈을 똥그랗게 뜨고 놀란 듯한 모양의 깡충거미(여기서 아포페니아(apophenia)라는 경험할 수 있다), 날개 모양의 넓적한 발을 가지고 날 듯 헤엄치는 고둥의 일종인 바다나비, 마치 유니콘을 연상시키는 마귀상어, 마치 달 표면에 남긴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의 발자국 같은 모양의 제노피오포어. 거대한 유인원 기간토피테쿠스의 팔과 비슷한 앞다리(정확히는 가슴다리)를 갖고 있는 에티게 같은 동물들은 우리의 상상력 건너편에 있음직한 생김새, 혹은 특징을 가졌다. 하지만 돌고래, 일본원숭이, 장수거북, 문어, 복어, 긴수염고래 같은 것들은 친숙한 동물들로 생김새로 ‘상상하기 어려운 동물’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물며 인간은 더욱 그렇다(캐스파 헨드슨은 8장에서 버젓이 ‘인간’을 다루고 있다. 바로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라는 제목의 책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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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말을 조금만 넓게 생각해보자. 우리는 대체로 돌고래가 어떻게 생겼는지, 문어의 다리가 몇 개인지 안다. 그러므로 그 동물들을 떠올릴 수가 있다. 하지만 정말 우리가 그 동물들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돌고래가 어떻게 살아간다든지, 돌고래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등등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돌고래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그런 능력을 지녔다는 것이 우리와 어떤 관련을 갖는지, 8개인 문어의 다리가 정말 ‘다리’인지, 그 다리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혹은 월드컵 축구에서 승리팀을 맞추는 문어 ‘파울’의 능력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등등에 대해서 우리는 정말 쉽게 상상할 수 있는가? 인간에 대해서는 어떤가?


그러니까 정말 캐스파 헨더슨이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라고 한 것은, 그저 신기한 동물들이 이만큼 있다는 것, 그것들이 얼마나 신비로운지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그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동물들의 모양새와 특성을 설명하고는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이 책의 특별한 점이 아니며,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아니다(다시 생각해보니 그것만이라도 충분히 읽을 만하긴 하다).


캐스파 헨더슨은 동물들의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최근에 알게 된 그 동물들에 대한 지식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들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한 발짝, 혹은 몇 발짝씩 더 나아가고 있다. 그는 그 동물들을 통해서 이 책을 읽는 사람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것, 공유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그것은 생명과 존재에 대한 생각, 사회와 역사에 대한 생각, 과학과 그 쓰임새에 대한 생각, 철학에 대한 생각이다. 상상하기 어려운 동물을 상상하면서 인간의 삶과 역사에 대해 고찰하고, 우주에 대해 고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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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볼까?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일본원숭이는 무슨 생각과 이어질까? 캐스파 헨더슨은 일본원숭이의 행태에서 다윈의 진화론을 연결 짓고, 거기서 파생되었거나, 혹은 왜곡된 ‘생존경쟁’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한다. 사회다윈주의는 약육강식의 논리로 악용되었다(‘왜곡’과 ‘악용’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프로이트에게도, 마르크스에게도 록펠러에게도, 그리고 영화 <월스트리트>의 고든 게코에게도. 지금 바로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즉 우주의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곰벌레를 통해서는 무엇을 상상할까? 물론 그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우주를 생각한다. 우주에 대한 생각은 외계 지적 생명체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진다(대체로 비관적이다). 그리고는 인간 이후의 존재를 상상한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인간 이후의 존재에 대해 거의 ‘상상’하지 않고, 상상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결국 지구의 어떤 지적 존재가 지구 밖의 우주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인간’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곰벌레(완족동물)에서 이어진 이런 생각은 환상적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장에서는 무엇을 이야기할까? 당연히 인간이 어떻게 ‘인간’이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당연하게도 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발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발을 이야기하는 책은 별로 없는데, 손보다 발에 더 관심을 갖는 것에서부터 이 책은 특별하다(”두 발로 돌아다님으로써 인간이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는 ‘언어’로 이어진다. 언어가 인간을 특징짓는다는 이야기는 별로 특별할 게 없지만, 그 언어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의 음악, 노래, 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가는 것 역시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그 이어짐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은 특별하다. 사실 그보다 더 특별한 것은 이 ‘인간’에 대한 장이 바로 8장이라는 점이다. 모두 27장에 이르는 이 책에서 맨 앞도 아니고, 맨 뒤도 아니다. 인간을 다루기는 하겠지만, 그리고 다른 동물들을 다루면서 인간의 역사를 가져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인간이라는 동물 자체는 특별하게 다루지 않겠다는 세심하지만 단호한 결심 같은 것이 느껴진다.


이런 식이다. 말 그대로 공존하려는 생각을 갖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동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동물을 통해서 우리와 지구, 우주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가 지구의 동물들과 공존하고자 하는 마음은 이와 같은 깊은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책은 진기함이나 신기함에 감탄하기보다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에 대해서 상상하기를 권한다. 그 존재에는 물론 ‘우리’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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