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영, 정조 시기 문화적으로 부흥하던 시기 활약한 세 화가, 신윤복, 김득신, 정선의 그림을 함께 본다. 신윤복은 인물, 특히 여인을 주로 그렸고, 김득신은 풍속을, 정선은 풍경을 많은 그렸다. 서로 그린 대상이나 기법은 달랐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올라선 화가들이다.
저자는 그들 그림의 전체적인 구도는 물론이고, 인물의 옷차림, 손짓, 표정을 세세히 이야기하고 있으며, 산의 모습, 냇물의 흐름, 건물의 모양새 등까지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세 화가가 그린 그림이 그렇게 세세하고 꼼꼼했으니 후대의 우리가 살펴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놀라운 것은 화가들이 어떻게 이렇게 작은 것에도 의미를 두어 그렸을까 하는 것이다. 눈썹의 모양이며, 치마의 모양새며, 하나도 똑같이 그리지 않은 새들이며, 다양한 각도에서 본 금강산이며 화가들은 자신의 기법을 뽐내기에 앞서 그림 하나하나에 진심을 담았음을 알 수 있다.
미술관 등에서 그림을 보거나 할 때 누구의 것, 무엇을 그린 것 정도로 이해하며 스쳐 지나갔는데, 이렇게 저자의 인도를 받아 그림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게 되니 그동안 내가 제대로 본 그림이 과연 몇 점이나 있었을까 싶다. 이렇게 찬찬히 살펴보면서 마치 휴식을 하는 기분이 드는 것도 매우 독특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