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미국의 금주법은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작품이었다. 그들의 의도와는 달리 금주법 시대의 미국 사회는 범죄 조직이 활개를 치고 다녔다. 금지된 것은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것이었고, 그것을 이용한 것은 범죄 조직이었고, 부패한 공직 사회였다. 그런데 그 비슷한 게 조선에도 있었다고 한다. 1733년 영조가 ‘금주령(禁酒令)’을 내렸던 것이다. 20세기 초의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18세기 조선도 금주령이 내려지자 밀주(蜜酒)가 성행했다.
소설 『금주령』은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임금이 내린 금주령을 비웃기라도 하듯 범죄 조직인 검계는 오히려 그걸 기회로 삼아 밀주를 유통시키고, 관료집단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그들과 결탁하여 개인의 영달을 추구했다. 그러나 모든 벼슬아치가 부패하더라도 백에 하나는 그렇지 않은 이들이 있는 법, 검계를 일망타진하고 그들과 연결된 관료 집단을 징벌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금란방이었다.
『금주령』 1권에서는 장붕익이라는 조선 최고의 무관과 그를 중심으로 한 금란방의 활약과 좌절이 뼈대를 이룬다. 그리고 백선당이라는 울산 지역의 술도가를 운영하는 양일엽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 검계라는 범죄 조직 중에서도 이철경이라는 중간 보스의 이야기가 축을 이루고 있다.
의로운 이들의 활약은 거침이 없었으나 결국은 좌절하고 만다. 장붕익은 의문의 죽음을 맞고, 아들과 손자는 깊은 산중의 절로 피신하게 되었고, 수하의 강찬룡, 나경환 등도 죽음을 맞고 만다. 백선당에서도 강직한 양일엽 역시 검계와 지방의 부패한 아전 세력의 위협에도 끝내 술 주조를 거부하다 죽음을 맞게 되고, 역시 아들과 며느리는 피신한다.
1권은 장붕익과 양일엽의 좌절로 끝을 맺지만, 그들 가문이 대를 이어 다시 악의 세력과 맞서리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