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박돈규가 2000년대에 잘 팔린 책들, 정확히는 100만 부 이상 팔린 밀리언셀러를 모아 그 배경과 과정을 해부하고 있다. 2015년에 나온 책이니 2014년까지의 밀리언셀러를 다루고 있는데, 모두 20개다(‘권’이 아니라 ‘개’라고 하는 이유는 단행본이 아닌 경우도 좀 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보다 많다. 매년 1개 이상이 밀리언셀러가 나온다는 얘기다. 그리고 예상외의 밀리언셀러들도 많다. 잘 팔린다는 소문을 듣거나, 몇몇 사이트에서 확인하는 책은 있었지만, 그것들이 얼마나 팔리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둘 처지가 아니었기에 그런지 모르지만 케이트 디카밀로의 『모모』라든가 이미나의 『그 남자 그 여자』, 심승현의 『파페포포 메모리즈』 같은 책들은 서로 다른 의미에서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밀리언셀러다.
종류는 다양한 듯 한정되어 있다. 『미생』이라든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파페포포 메모리즈』와 같은 만화,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은 철학서가 포함된 것을 보면, 꽤나 다양한 것 같지만, 실상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조정래의 『정글만리』,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김훈의 『칼의 노래』,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이건 의외다) 같은 소설이나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론다 번의 『시크릿』, 호아킴 데 포사다의 『마시멜로 이야기』, 샤이쇼 히로시의 『아침형 인간』, 켄 블랜차드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와 같은 자기계발서가 대부분이다.
이 책들이 어떻게 밀리언셀러가 되었는지를 박돈규 기자는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시대를 ‘붙잡거나’ 방송을 ‘타거나’ 강연으로 ‘떠들거나’ 교육열과 ‘얽히거나’ 대통령이 ‘흔들거나’ 새로운 시장을 ‘뚫거나’......”
한 가지 이유가 아닌 듯 보이지만, 책 내용을 넘어서는 어떤 계기가 있기 때문에 그냥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고 봐야한다. 어떤 책은 기획력의 승리이고, 어떤 책들은 정말 기대하지 않았는데 팔렸고, 또 어떤 책은 드라마에 언급되어(『모모』처럼) 느닷없이 밀리언셀러가 되었다. 이미 출판했던 책을 제목을 정말 많이 고민해서 다시 내놓고는 대박을 친 책도 있고(대표적으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남이 사서 읽으니 나도 읽어야겠다며 읽은 책이 밀리언셀러가 되기도 했다. 그 과정들은 보면 일단 재미있고, 그 한 권을 만들기 위해, 팔리는 책을 만들기 위해 출판사의 편집자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피땀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도 든다. 그냥 내용만으로 밀리언셀러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니 말이다.
이 책에는 각 장마다 출판계의 뒷이야기, 혹은 통계 같은 것들을 곁들이고 있는데 이것도 꽤 읽을만하다. 2015년 이후에도 밀리언셀러들이 탄생했을 것이다(몇 가지 책이 떠오르긴 하지만 나는 구체적으로 어떤 책들이 밀리언셀러까지 되었는지는 모른다). 그 책들도 어떤 계기가 있었을 것이고, 또 출판사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책들이 밀리언셀러가 된 이유를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와 시대를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