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7가지 오류

대니얼 샥터, 『도둑맞은 뇌』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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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 그대로 ‘뇌과학이 발견한 기억의 7가지 오류’를 소개하고 분석했다. 이미 대니얼 샥터는 2001년에 책을 냈었는데, 20년이 지난 2021년 그 동안의 연구 성과를 점검하고 수정을 거쳐 이 책을 냈다. 저자에 따르면 의외로 20년의 연구로 이전의 책에서 잘못으로 밝혀진 부분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새로이 밝혀진 내용과 증거들이 책을 풍부하게 하고 주제를 명확하게 했다.


대니얼 샥터가 소개하는 기억의 기본적인 오류는 크게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오류와 기억의 오작동에서 오는 오류로 나눌 수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오류는 소멸, 정신없음, 막힘이고, 기억의 오작동에서 오는 오류는 오귀인, 피암시성, 편향, 지속성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소멸이란, 말 그대로 기억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희미해지나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다. 정신없음은 주의력이 떨어져서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다른 데 정신을 팔다가 자동차 열쇠를 어디다 두었는지 잊어버리는 것 같은 것이다. 가장 극적인 예로는 엄마가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다 어린 딸을 차 뒷좌석에 있는 것을 까먹고 내려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도 해당한다. 뒤의 예는 누구나 경험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의 예는 정말 일상적인 경험이다. 막힘은 알고 있는 것인데 정보를 불러내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역시 누구나 경험하는 것으로 만난 적이 있는 사람, 심지어 낯익은 사람의 이름이 혀끝에서 맴도는 것 같은 것이다. 이른바 설단(舌端, tip of the tongue) 현상이라는 것인데, 저자는 이것을 말하면서 한국어의 ‘혀끝에서 맴돈다’는 표현을 소개한다.


기억의 오작동 중에 오귀인은 기억의 출처를 잘못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환상을 현실로 여기거나 신문에서 본 것을 자신이 직접 겪은 것처럼 여기는 것이다. 피암시성은 한동안 미국 등에서 큰 문제가 되었던 것의 원인이기도 한데, 과거의 경험을 끄집어내기 위해서 유도 질문이나 암시에 의해 잘못된 기억이 주입되는 것을 말한다(유치원이나 부모의 아동 학대와 관련해서 이런 문제가 있었다). 편향은 그야말로 어떤 집단이나 사물에 관해 잘못된 지식이나 믿음에 의해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이 잘못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흑인에 대한 인식이나 어떤 지방 출신에 대한 인식이 그를 기억하는 방식이 잘못된 방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속성이란 잊고 싶은데 잊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이 모든 것이 모든 사람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니얼 샥터는 이런 기억의 오류에 관해서 잘 알려진 예를 들고 있고, 또 그동안의 뇌과학 연구 결과를 통해 원인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사실은 이 풍부한 예와 연구가 더 중요할 수도 있는데, 다소는 지루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읽다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연신 ‘나도 그래!’ 하면서 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밝혀야 할 것이 많고, 이 연구를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서도 너무나도 부족한 것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아쉬울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러한 기억의 오류를 절대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책의 마지막 장의 제목은 “기억의 오류는 진화의 부산물이다”인데, 이 장에서 앞에서 말한 기억의 7가지 오류가 기억에 관해서 좀더 넓게 본다면 장점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요하지 않은 기억은 삭제되는 것이 당연하면서 생존과 생활에 유리하며, 기억은 적을수록 유리하다(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의 불행한 삶을 기억하라!). 범주화와 일반화라는 하는 ‘우리의 지적 행위 능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긍정적인 착각(역시 기억의 오류로 인한)이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특별한 능력을 지닌 자폐스펙트럼 환자의 경우, 바로 이 능력 범주화와 일반화에서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샥터는 이러한 기억의 오류가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과 스티븐 제이 굴드가 사용한 굴절 적응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본다. 굴절 적응이란 ‘현재의 적합성을 향상시키지만, 현재의 역할을 위한 자연선택으로 형성된 것이 아는 특징들’이라는 것인데, 기억의 오류는 그 자체로 자연선택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장점들을 위해서 생겨난 적응의 일종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 논의를 거쳐 ‘기억의 오류는 기억의 장점이다’라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은 그저 피곤한 것만이 아니다. 물론 잘못된 기억이 피해를 가져올 수 있고,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지 못해 오는 피해도 적지 않지만, 잊어야 새로운 것을 기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잘못된 기억 역시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억의 오류가 기억의 장점이다라는 저자의 주장을 백 퍼센트 받아들이기에는 여전히 나의 기억이 만족스럽지 않고, 무언가 바뀌고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지만, 그래도 조금은, 아니 상당히 안심되는 것은 이런 문제가 나만의 문제도 아니며, 적응의 일종이라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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