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시장

서영교, 『전쟁 기획자들』

by ENA

제목만 봐서는, 심지어 부제를 보더라도 이 책의 내용을 정확히 짐작할 수 없다. 짐작했지만 틀릴 가능성이 높고, 심지어 영어 제목(Brain of Wars)도 그렇다. 분류를 하자면 ’역사‘에 관한 이 책은 우리의 역사를 당대의 세계 정세와 관련시키고 있고, 그것을 다시 현대의 상황, 특히 경제 상황과 연결시키고 있다. 2008년에 초판이 나왔고, 내가 읽은 것은 2014년 개정판이니까 어쩌면 ’현대‘라고 하기에는 이미 과거사가 되어버린 느낌도 들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메시지는 별로 퇴색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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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은 공부한 것은 우리나라의 역사다. 고구려, 신라의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 역사가 이렇게 역동적인 것이었나 싶다. 삼국의 역사가, 그 삼국이 서로 대립하는 것만이 아니라 중국대륙의 정세와 연관되어, 심지어 중앙 아시아를 넘어 로마 제국의 상황과 연관되어 전개되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구체적으로 깨닫게 된다.


그래서 우리의 역사, 동북아시아의 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저 영토 싸움이나 했던 것으로 인식되는 삼국의 다툼이 세계 정세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고, 거기에 대응하거나, 혹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하면서 그 승부가 갈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경제 문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도 새롭게 배우는 것이다. 냉전의 시각으로 전쟁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순진한 것인가 하는 것도 그렇다.


물론 다소 떨떠름한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달러 제국주의 등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고 공격하다 갑자기 정주영, 이병철, 신격호 등에 대해 극찬하는 것은 다소 어리둥절하다. 그들에 대해 인정할 수밖에 없는 면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쪽만을 보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건 다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결국은 결과만을 보고 정책과 전략을 판단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가져온다.


저자는 돈 문제, 즉 경제가 전쟁을 좌우했다고 본다. 전쟁에서 대의(大義)는 선전하는 데나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 광개토대왕이 약 20년 동안의 극한 과로 속에 전쟁을 벌인 것은 돈 때문이었다. 신라를 구하기 위하러 달려간 것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미국이 벌인 이라크 전쟁도 마찬가지다.


물론 전쟁이 꼭 그런 이유에서만 벌어지고 승패가 갈리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전쟁이든, 역사든 순진하게만 보는 관점을 극복하기 위해 이런 책은 필요하다. 좀 더 영악해지길, 그러면서 좀 더 철두철미해지길, 또 그러면서 양심적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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