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묘호란, 병자호란은 비참한 전쟁이었지만, 또 어이없는 전쟁이기도 했다. 임진왜란이 왜의 침략 의도를 알았다면 대비는 했을 수 있겠지만, 침략 자체는 막을 수 없었다고 본다. 하지만 병자호란은 그렇지 않았다. 후금(혹은 청)은 명나라와 협공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예방 차원에서 조선을 침략했다. 비록 어려운 과업일 수도 있었겠지만 막을 수도 있던 전쟁이었다. 또한 청은 속전속결로 전쟁을 마무리지으려 했기에 후방에는 조선의 군사가 적지 않게 남아 있었다. 비록 전쟁 대비가 충분치 않았기에 훈련이 덜 된 병사가 많았지만, 그래도 청군을 괴롭히거나, 혹은 전세를 역전시킬 기회가 없지 않았다.
왕조 국가에서 전쟁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이는 따져볼 것도 없이 임금이다. 더군다나 이전 임금을 쿠데타로 내리고 그 자리에 오른 임금이라면, 더욱 그렇지 않을까? 물론 그 쿠데타의 명분이 빈약하거나, 혹은 너무 명분에 치우쳐 실리적인 것은 하나도 취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전쟁 전, 전쟁 중, 전쟁 후의 조선의 임금은 어느 하나도 한 나라의 임금으로서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아비로서도 찌질했다.
역사를 연구하는 유근표는 병자호란을 중심에 두고 그 이전과 이후에 벌어진 일들을 1차 사료를 중심으로 파헤치고 있다. 인조 반정에서 시작하여, 이괄의 난, 정묘호란, 병자호란, 소현세자 등의 볼모 생활, 소현세자와 강빈의 죽음, 그리고 소현세자의 아들들(인조의 손자)의 죽음까지를 일련 선상에 두고, 살을 붙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다룬 이 책의 부제로 “혼군의 전쟁, 병자호란”이라고 썼다. 광해군을 혼군(昏君)이라고 하며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오른 인조가 바로 혼군이라는 얘기다. 나는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