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의 소설가 오라시오 키로가(Horacio Quiroga)의 단편소설 18편이 담긴 소설집이다. 이 중 3편은 1판과 2판에는 수록되어 있었으나 작가가 3판, 4판에서는 제외한 작품이지만(아마도 다른 작품들과의 일관성 문제 때문에?), 그의 사후에 전집을 편집하면서 다시 포함되었다. 소설의 제목을 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사랑, 광기, 죽음’ 이라는 단어 사이에 ‘쉼표’가 없다. 이것도 저자가 1판과 2판에서 의도적으로 쉼표를 뺀 것이라고 한다. 그러다 3판부터 쉼표가 들어갔다고 하는데, 번역본은 애초의 저자의 의도를 반영하는 의미에서 쉼표 없는 제목을 채택하고 있다(그런 의미에서 3, 4판에 제외됐던 소설도 포함하고 있다).
소설들은 제목 그대로, ‘사랑과 광기, 죽음’을 다룬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은 건 ‘죽음’이다. 대부분의 소설에서 ‘죽음’이 등장하는데, 그냥 사람이나 동물이 살다가 언젠가는 맞이해야만 하는 필연적인 과정으로서의 죽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가 집요하게 다루는 죽음은, 굳이 구분하자면 사랑과 연관이 있거나, 광기와 연관이 있다. 그러니까 만약 논리적으로 제목을 만들어본다면, ‘사랑과 죽음, 광기와 죽음의 이야기’인 셈이다(물론 제목을 이런 식으로 지을 리는 만무하다). 어찌 되었든 죽음은 사랑, 혹은 광기와 연관되어 작품들 전체에 무겁게, 혹은 잔인하게, 애잔하게... 어떻게든 드리워져 있다.
그런데 작품 해설을 보면, 그렇게 죽음이 작품에 진득하게 드리워진 까닭을 짐작할 만하다. 그의 삶에 아주 끈질기게 이어지는 것이 바로 그의 주변 인물들의 죽음, 다시 말하지만 언젠가는 맞이해야만 하는 필연적인 과정으로서의 죽음이 아닌 돌발적인 죽음들이었던 것이다.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맞은 아버지의 죽음(가족 앞에서 오발 사고였다는데 그는 그걸 직접 인식하지 못했을 테지만, 자라면서 인식하게 되었을 것이다), 양아버지의 죽음, 동료의 총기 오발 사고로 인한 죽음(여기에는 자신이 연루된다), 누나와 형의 장티푸스로 인한 죽음, 아내의 음독자살 시도와 며칠 후의 죽음, 그리고 본인은 위암 판정을 받은 후 청산가리를 먹고 자살. 그 후에도 그의 딸과 아들의 자살. 그에게 죽음은 끈질긴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고, 전혀 숭고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어떻게든 써야만 했을 것이다. 그 죽음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소설들은 그걸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그리는 사랑은 대체로 난데없다는 느낌이 든다. 많은 경우 한눈에 반한 경우가 많으며, 사랑을 부정하기 위한 존재로서 등장했다 사랑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환각 속의 사랑이었다가 실제의 사랑으로 변모하는 경우도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그 사랑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꽤 많다. 키로가가 실제로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소설 속의 사랑만을 보면 사랑은 운명적이면서 언제나 목숨을 걸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속성을 가진 것이다.
광기는 또 어떤가? 그가 그리는 광기는 무섭다. 그가 그리는 광기는 자기 파멸만이 아니라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가는 광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목 잘린 닭>이나 <깃털 베개>와 같은 경우 과연 그런 일이 있을까 싶은 환상적인 측면이 있어 후에 보르헤스와 같은 남아메리카 환상문학의 선구가 되었다고도 하는데, 사실은 그 환상이라는 것이 ‘환상적’이라는 일반적인 감탄어구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잘 인식해야 한다. 그것은 인간의 광기라는 것이 얼마나 전염력이 강하며, 또 무서운 것이며, 또 얼마나 망측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라, 나는 읽는다.
여기의 소설들이 죽음을 다루므로 당연한 것처럼 몇몇 감염질환도 등장한다. <멘수들>의 말라리아, <우리가 처음 피운 담배>의 천연두, <뇌막염 환자와 그녀를 따라다니는 그림자>의 뇌막염, <광견병에 걸린 개>의 광견병 같은 것들이다. 천연두를 제외하고는 모두 소설에서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주요한 계기가 되는 병들이다. 말라리아의 열은 일용직 노동자로서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탈출을 꿈꾸게 한다(그러나 그것 때문에 파국으로 이어진다). <뇌막염 환자와 그녀를 따라다니는 그림자>는 뇌막염에 걸린 그녀의 환각이 그를 불러들이고, 또 사랑을 고백하도록 한다(뇌막염이 일으키는 환각이라는 게 어떤 것이냐는 점이 여기서 논외로 하자). 그리고 <광견병에 걸린 개>에서는 광견병이 퍼지고 결국은 주인공도 맞서도 물리게 되는데, 40일이 지난 후(광견병 증상이 나타나는 데 40일이 걸린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자신은 아무런 증상도 없다고 믿지만, 어머니도 아내도 떠나고 만다. 각 감염질환의 증상에 대해서 자세하게 서술하지는 않지만, 그 질병의 주된 증상으로 인해 줄거리가 전개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