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산』은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과 더불어 192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독일의 토마스 만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1921년 결핵 판정을 받은 아내가 스위스 다보스에 있는 요양원에 입원하였고, 그곳에서 자신도 X-레이(소설에선 뢴트겐선)를 찍어보고는 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의 산은 바로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쓰였다.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는 조선업 회사에 취직하기 전 3주일의 계획으로 사촌 요하임이 결핵으로 요양하고 있는 다보스의 베르크호프 국제 요양원을 방문한다. 계획했던 3주가 다 지날 무렵 몸의 이상을 느끼고(사실을 방문할 때부터 병을 가지고 있었다), 진찰 결과 결핵에 걸렸음을 알고 계속 요양원에 머물게 된다. 『마의 산의 1권은 그렇게 결핵 요양원에 머물면서 한스 카스토르프가 겪고 생각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하다. 특히 1권은 더욱 단순한데, 마치 여러 에피소드들만을 소개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리고 그 에피소드들이 어떤 하나의 절정으로 향해 간다는 느낌도 별로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주인공은 어떤 깨달음을 얻고 산(이 위)을 내려오고 현실에 과감히 뛰어들게 된다. 그러니까 1권은 그런 깨달음으로 이르는 길을 그리고 있다고 할 수 있고, 그 길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그 깨달음은 1권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삶과 죽음에 대한 것이란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의 비밀이 과연 무엇인가에 관해서는 짐작할 수 없다. 다만 결핵이라는, 당시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발견되기 전(왁스만에 의해 결핵 항생제가 개발된 것은 1940년대 중후반이다)에 질병에 걸리고, 그것으로 죽어 나가는 사람들을 계속 목격하면서 삶과 죽음에 관해서 깊이 성찰할 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일이라고도 여겨진다. 삶의 의미를 잊게 만드는 곳에서의 생활이 삶의 의미를 더욱 생각한다는, 조금은 아이러니한, 그러나 당연한 구조라 여겨진다.
그럼에도 1권에서 한 가지 점층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는 부분은 쇼샤 부인에 대한 연정이다(그러니까 사랑도 이 책의 중요한 주제이며, 그 사랑이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마음속으로만 연정을 키워나간다. 아직 젊은(요즘 같으면 어리다고 할까) 청년의 마음속에 어떤 면에선 순수하고, 또다른 면에서 음탕하게 여인에 대한 사랑을 갈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다가가지 못하다 결국 산에 머물게 된지 1년이 다 되어 사육제 때 겨우 고백하게 된다. 그러나 쇼샤 부인은 다음 날 산을 내려가기로 했다는 것을 알린다. 그의 사랑 고백은 너무 늦어버린 것이었는지 모른다. 1권은 그렇게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