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의미하는 날짜는, 이미 대명사다. 바로 프랑스 대혁명의 전환점이자 하이라이트였던 바로 그날, 바스티유가 민중들에게 함락된 날이다. 그러므로 1789년의 7월 14일은 그냥 그대로 프랑스 대혁명을 의미한다.
그러나 프랑스 대혁명을 다룬 책들은 하나같이 바스티유의 함락은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고 언급하지만, 그날 구체적으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관해서는 쓰지 않는다. 에피소드처럼 당시 그 감옥에 갇혀 있던 사람은 단 한 사람(이 소설에선 “미남이지만 창백한 청년 한 명"으로 언급된다)에 불과했다는 걸 언급하기도 한다. 그런 언급은 어쩌면 바스티유로 돌진한 민중들이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무지렁이에 불과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에리크 뷔야르의 『7월 14일』은 바로 그날, 하루 동안 벌어진 일을 지독히도 자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날 민중들이 바스티유를 향해 쳐들어가자 성을 지키던 군사들이 놀라 도망친 게 아니었다. 밀고 당기는 충돌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사람이 죽어 나갔다. 에리크 뷔야르는 바로 그 사람들을 호명하고 있다. 여기에 소수의 주인공은 없다. 어떤 장면에서 좀 더 많이 언급되고, 또 나중에 어떤 운명을 걷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물이 있을지언정, 그 사람이 이 이야기에서, 이 날에 있어 주인공은 절대 아니다. 이 길지 않은 소설에서 수많은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 그들의 직업을 언급하고, 모양새를 언급하고,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혹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는 것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이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누가 프랑스 대혁명의 주인공이었는가, 내지는 주인공이어야 했는가를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라파예트나, 로베스피에르, 당통, 마라, 루이 16세, 앙투아네트 등은 물론, 국민의회, 국민공회, 쟈코뱅, 지롱드와 같은 조직과 파벌에서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스치듯 기록되어 있는 인물들을 찾아내어 하나하나 호명하면서 그 역사의 무대에서 역사를 이끌었던 것은 바로 그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한계는 있다. 그 이름은 있지만,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 모두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가 남겨져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건 흥미의 차원도 있고, 효율성의 차원도 있고, 어쩌면 역사의 본질과도 관련된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한번쯤은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또 그들이 무슨 일을 했으며, 어떻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해주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바로 우리가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