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에서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미키 할러는 링컨 차를 타지 않는다. 악당 전문 변호사이자, 속물 변호사인 미키 할러는 어느 날 지검장의 제안으로 특별검사직을 수행하게 된다. 지금까지와는 정반대인 법정의 자리에 서게 되는 것이다.
24년 전 12살 소녀를 납치 살해한 혐의로 복역하고 있던 용의자가 새로운 DNA 증거로 파기환송되었고, 정치적인 이유에서 지검장은 용의자를 재기소하기로 원하면서 할러에게 검사 역할을 제안하게 된 것이었다.
할러는 용의자가 진자 범인임을 확신하고, 제안을 수락한다. 차석 검사로 전처이자 뛰어난 검사, 그러나 검찰의 주요 보직에서 밀려나 있는 매기를 지명하고, 이복형이자 역시 뛰어난 형사인 해리 보슈를 수사관으로 영입한다. 24년이나 지난 사건이니만큼 새로운 증거가 나올 리 없고, 사건을 증언할 인물들도 많이 사라져버렸다. 용의자를 특정했던 소녀의 언니의 행방 역시 오리무중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감옥에서 나온 용의자는 LA 시내를 활보하고, 언론에 노출되면서 유명세를 만끽한다. 그리고 그 곁에는 높은 승소율을 자랑하고, 또 언론플레이도 능한 변호사가 있다.
이런 악조건에서 할러와 매기, 보슈는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착실히 재판을 준비해나간다. 소설은 여러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된다. 특이한 것은 미키 할러의 시점에서는 1인칭이고, 보슈나 매기의 시점에서는 3인칭으로 소설이 전개된다는 점이다. 이 소설이 미키 할러가 주인공인 소설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려는 것처럼. 이렇게 시점에 따라 인칭을 달리 함으로써 이 소설을 읽는 독자는 자연히 미키 할러의 관점에서 소설, 즉 이 사건을 보게 된다. 미키 할러의 시선에서 매기와 보슈의 활약을 판단하게 되고, 또 용의자를 보게 되고, 증인들, 배심원들을 관찰하게 된다.
결국 미키 할러가 이길 것이란 예상은 너무나 당연하다(늘 그래왔으니까?). 그렇다면 그 승리가 어떤 식으로 펼쳐 질 것인지가 이 소설의 관건이 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미키 할러를 주인공을 하는 소설들이 그렇듯 현란한 법정 싸움이 그려지고, 이번에는 검사가 된 미키 할러가 상대방 변호사와 용의자의 허점을 노려 한방을 노려 승리를 거머쥐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게 구태의연한 독자의 게으른 예상이라는 걸 소설은 보여준다. 물론 미키 할러는 이 재판에서 패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승리하지도 못한다. 재판 자체에 어떤 특별한 다른 변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독자의 예상을 엎는 방식은 소설 자체에 다 내장되도록 하면서, 그래도 그렇게 끝날 것이란 것은 넘겨짚지 못하도록 했다. 그게 바로 마이클 코넬리의 솜씨다.
그리고 영리하게도 이 소설엔 미스터리적 요소를 깔고 있는데, 이 부분은 결국 해결이 되지 않는다. 어쩌면 이 시리즈의 다음 번 소설 중 어느 하나에서 그 이야기를 언급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미키 할러, 해리 보슈는, 아니 마이클 코넬리는 영리하고, 어느 하나 허투루 처리하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