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전반부에서 악당 전문 변호사 미키 할러는 자신의 전공을 살리고 있지 못하고 있다. 소설은 2011년에 발표되었는데, 바로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버블 붕괴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가 아직 짙게 어려 있던 시기다. 변호사도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었다. 주특기인 형사소송은 의뢰가 들어오지도 않아, 미키 할러 변호사는 하는 수 없이 민사소송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다. 주택압류를 막거나 늦춰주는 댓가로 푼돈(?)을 받으며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바로 주택압류 관련 의뢰인이 살인 혐의로 체포, 기소되고 미키 할러가 사건을 맡으며 전공 분야로 돌아오게 된다. 이 사건과 재판은 언론의 큰 주목을 받게 된다.
사실 이 소설은 미키 할러 시리즈의 최신작 『변론의 법칙』의 배경이 되기도 하는 소설이다(알고 읽기 시작한 건 아니다). 여기의 주요 인물이 『변론의 법칙』에서는 조연이 되고, 이 소설에서 변호사에게 크게 당한 인물은 『변론의 법칙』에서 핵심 용의자가 된다. 이 소설부터 읽고 『변론의 법칙』을 읽는 게 순서일 터이지만, 거꾸로 읽는 것도 그다지 당혹스런 상황은 아니다. 여기서 이런 일이 있어서 나중에 그런 일이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에서 마이클 코넬리는 재판이란, 정의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란 걸 보여준다. 이것이 현실이라고 인정해버리면, 그리고 어쩔 수 없다고 여기게 되면 다소 허무하기도 하고 분개스럽기도 하다.
소설에서 미키 할러는 의뢰인(피고인)이 범인인지, 아닌지를 묻지도 않는다. 그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의뢰인이 죄가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이게 사실은 복선이다(이미 재판의 결론도 알고, 의뢰인이 죄가 있는지 없는지 『변론의 법칙』을 통해서 알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게 복선인 줄 알고 있었다).
재판의 결과는 어찌 보면 참담하다. 그러나 미키 할러는 현실적인 변호사답게 그저 자신이 할 일을 했다고 여긴다. 그리고 다시 그런 일을 할 것이다. 마냥 의리 있고, 정의롭고, 옳은 일을 하는 변호사가 주인공이었다면, 그에 관한 소설은 이렇게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