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프랑스 소녀 마리로르의 이야기와 독일 고아 소년 베르너의 이야기.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아직까진 부차적이다.)
마리로르는 선천성 백내장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는 박물관에서 자물쇠공으로 일한다. 아버지를 따라서 매일 박물관에서 보낸다. 아버지는 도시의 모형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딸에게 혼자 걸을 수 있는 용기를 준다. <80일간의 세계일주>와 <해저 2만리> 같은 점자 책을 사 주고, 딸은 점자가 닳도록 읽는다. 전쟁이 터진다. 파리 함락 직전 아버지는 박물관장이 건넨 귀중한 다이아몬드 ‘불꽃의 바다’(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른 채로. 그러나 우리는 그게 진짜인지 안다)를 들고 피난을 떠난다. 첫 목표였던 곳의 박물관장 지인은 이미 떠났다. 결국 생말로의 작은할아버지에게로 간다. ‘볼 수 없는 것을 본다는’ 작은할아버지에게로. 그곳에서 마리로르는 세상에 없는 형을 위해 라디오로 형의 목소리를 전송하는 외할아버지와 교감한다. 그러나 파리로 돌아가려던 아버지는 독일군에게 체포되어, 독일로 압송되고, 생말로는 포격을 받는다(독일에 점령된 생말로를 탈환하기 위한 연합국의 포격이다). 작은할아버지는 없다.
여동생과 고아원에서 지내는 고아 소년 베르너는 뛰어난 머리와 손재주를 가지고 있다. 고장 난 라디오를 고치는 재주를 가지고 있고, 고친 라디오로 여동생 유타와 함께 프랑스 방송을 듣는다(바로 마리로르의 작은할아버지 에티엔의 방송이다). 동네의 모든 고장 난 라디오를 고치다 나치 장교의 라디오를 고치게 되고, 결국은 소년정치학교에 입학한다. 1944년 지금 열여덟 살의 그는 역시 생말로의 이른바 ‘꿀벌호텔’이란 데서 동료들과 악전고투 중이다. 장님 소녀 마리로르가 머물고 있는 저택 근처다. 그들은 만날 것이다. 그런데 그는 왜 전장의 한복판에 있는 것일까?
1권의 끝에는 또 한 인물이 등장한다. 나치 군인 룸펠. 그는 ‘불꽃의 바다’를 추적하고 있다. 그는 끝내 마리로르까지 가 닿을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문체가 감각적이다. 소녀와 소년의 감정 묘사가 세밀하다.
생말로는 프랑스에서 관광지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가보진 못했다. 프랑스 자체를 가보지 못했으니). 프랑스 북서부의 브루타뉴 지장에 위치해 있고, 영국해협과 접해 있다. 도시에 대한 설명에는 2차 세계대전 때 포격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던 30년 동안 도시를 복구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소설의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