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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우 May 09. 2018

[ 불운, 행운 그리고 벌에 쏘이다. ]


30여년 전, 성묘를 갔을때, 벌이 나를 쏜 것은

“콱!”  

하고 내 몸에, 내 기억에 말뚝을 박아놓은

것이었다.

'불운'을 가장한 표식을 해 둔 것이었다.

‘관우야. 기억해 둬. 조금은 아프겠지만, 곧 엄마 아빠가 상처를 토닥여주게 될거거든.’

.......

여기

엄마, 아빠가 떠난 세상에

아직,

누나와 나는 남아있다.

아쉬운 건, 부모님이 내 자식을 보지 못한 것.

그래서 가끔은,

친척이랍시고 누나를 만나러간다.

“너희들! 차에서 안전벨트 풀지 말고! 알았어?!!”

아이 둘을 승용차 뒷자석 카시트에 꽁꽁 동여맨다.

장거리 운전이라 마음을 다잡고

검은색 운전석 시트에 털썩 앉는 순간

“악!”

외마디 비명소리가 내 입에서 나왔다.

어릴 적,

부모님 손을 잡고 성묘가서 느꼈던 '뜨끔'한 느낌.

참 운이 없었다.

등의 아랫부분에 찌릿한 통증이 올라온다.

‘벌에 쏘였구나‘

아마도

운전석 시트에 벌이 한마리 앉아있었던가 보다.

멋도 모르고 뒤에서 재잘대는 아이들 노래소리에,

‘그래, 좁은 승용차 안에서

하마터면 아이들이 벌에 쏘일 뻔 했지 뭐야.

내 몸으로 막았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스스로가 대견해지는 순간.

오랜만에 하게되는 나자신을 향한 칭찬.

......

운전해 가는 세시간 내내,

쏘인 등짝에 퉁퉁한 느낌이 들때마다,

떠오르는 나의 아버지, 어머니.

벌에 쏘인 곳은 등짝인데,

코끝이 시큰하고, 고속도로가 흐릿하게 흔들렸다.

며칠이 지난 지금 아직도 딴딴히 부어있는 벌에 쏘인 
자국을 오른손 검지로 만지다보면,

나는 성묘가서 쏘인 벌침자리에 된장을 발라주던

엄마얼굴이 떠오르고,

“소주로 좀 닦으면 낫겠소?” 하고 엄마에게 말하던

아빠얼굴이 떠오른다.

나의 뇌신경속에서,

오늘 쏘인 벌침의 통증과 30여년 전의 그 벌침의

통증이 서로 연결된다.

오늘의 벌침이 나를 데리고 30여년전으로 달려간다.

그땐 그것이 모두들 '불운'인줄로만 알았다.

30년 전, 운없이 벌침에 쏘인 건,

바로

운이 좋았던 것.

그 기억이 있기에 지금 맞은 벌침은 나를 데리고

그리로 달려갈 수 있는게 아니겠는가?

.......

돌아가신 아버지가,

벌로 나타나신 것이 아닌가 싶다.

어느새 그런 부정(父情)도 잊은 채 살고있다고,

벌 주신게 아닌가 싶다.

벌침 한방으로,

먼지쌓인 내 뇌 속에서

점점 굳어가던 아버지 어머니를

살려내 주신게 아닌가 싶다.

......

그리고는,

뜬금없이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에게 묻습니다.

"우리딸, 벌에 쏘인다는게 뭔지 혹시 알아?"

"아뇨, 몰라요.."

앞으로 딸아이가 겪어 갈 인생에서의 통증과

불운들도,

축복이 되고, 훗날 행운으로 기억 될 수 있도록

토닥이는 연습을 하는

나는,

어느새 아빠가 되어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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