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열심히 하지는 말라고?

젠슨 황 X 이나모리 가즈오 - 정직한 최선이 인격을 만든다

by 김우혁

"왜 그렇게까지 해?"

"너무 열심히 하지 마. 누가 알아준대?"

"왜 그렇게 사서 고생이야."


무엇을 열심히 할 것인가. 그럼 무엇을 열심히 하지 않을 것인가. 애초에 왜 열심히 해야 하는가. 나는 정말 어려서부터 이 말을 항상 들어온 것 같다. 옛날에는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뭐든 열심히 하는 게 당연히 좋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 어려운 질문에, 젠슨 황과 이나모리 가즈오가 좋은 대답을 해 주었다.


인격

오늘날 젠슨 황은 검은 가죽 자켓을 걸치고 한 손에는 GPU를 들고서는 AI 업계를 쥐락펴락하는, 그야말로 성공의 아이콘이다.


과연 1970년대의 젠슨은 훗날 자신이 이렇게 성공하리라고 예상했을까. 어린 시절, 부모님 곁을 떠나 미국 오나이다 침례교회 학교를 다니던 젠슨의 하루를 살펴보자.

무엇보다 이 학교는 학생들이 허드렛일을 하는 것을 중요한 교육 과정의 일부로 여겼다. … 어린 젠슨은 3층짜리 기숙사 청소를 맡았다.

"저는 화장실 청소 담당이었죠. 한 번 보면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그런 것들을 봤어요."
젠슨은 상대적으로 어렸기 때문에 그리고 아마도 인종이 다른 영향도 있었기에 못된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곤 했다. 학교는 표면적으로는 학생들의 갱생을 목표로 운영됐지만, 실제로는 관리가 허술했다. 그 때문에 젠슨은 입학 초기 몇 달 동안 여러 차례 구타를 당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룸메이트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젠슨보다 여덟 살이나 많고 온몸이 문신과 흉터로 가득했다. 그러나 젠슨은 결국 두려움을 이겨내는 법을 배웠다.

오늘날 젠슨은 오나이다 침례교회 학교에서 보낸 시간이 그의 인격(character) 형성에 중요한 경험이 되었다고 회고한다.


그렇다. 오늘 글의 주제는 바로 '인격'이다.


인격은 어디서 오는가

젠슨이 성장하는 동안, 지구 반대편에서는 교세라를 세운 이나모리 가즈오가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도 마찬가지로 불우한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다. 뛰어난 학업성적으로 오리건 주립대에 조기 입학한 젠슨과는 달리 그저 그런 대학에서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학과를 전공해 졸업했다.


나아가 그는 당장 밥이라도 벌어먹기 위해 파산 직전의 쇼후공업에 가까스로 취업한다. 하지만 그의 앞에 놓인 것은 전공과 무관하고 회사조차 거의 포기해 가는 연구개발 업무였다.


그랬던 그가 쇼후공업을 되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찾아왔던 인생의 변곡점을 이렇게 회상한다.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일을 계속하는 동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인생이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필사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련을 참고 견디는 힘도 커진다.

가난을 옹호하자는 말이 아니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일을 통해 나약한 마음을 단련하고 인격을 높여야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기회를 잡을 확률도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좋든 싫든 자기 일에 전념하면서 '인격'이 단련된다고 주장한다. 그에게 '일'은 고통을 올바르게 극복하는 방법이자 인격을 높이는 수단이다.


그렇다면 젠슨은 오나이다 침례교회 학교의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또, 타고난 내성적인 성향으로 인한 사회적 상호작용의 불편함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젠슨은 룸메이트 형과 친구가 되어 그에게 읽는 법을 가르쳐줬고 그 보답으로 룸메이트는 젠슨에게 웨이트리프팅 운동의 세계를 알려줬다. 거기에 푹 빠진 젠슨은 근력만이 아니라 자신감, 즉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기 위한 열망과 능력을 얻게 되었다.
젠슨은 데니스에서 일한 경험 덕분에 여러 중요한 인생 기술을 배웠다고 말했다. 혼란한 상황에서도 계속 일을 진행하는 법, 시간 압박을 받으며 일하는 법, 고객과 소통하는 법, 실수를 해결하는 법 등을 익혔다.

그리고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자신의 업무를 잘 해내는 것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법과, 가능한 최고의 기준에 맞춰 그 일을 해내는 법을 배웠다. 같은 화장실을 백 번 창소하는 일이든, 첫 방문이라 무엇을 주문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손님을 응대하는 일이든 뭐든 상관없었다.

그는 자신이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고 회상한다.

이나모리와 젠슨의 사례를 모아보면, 문제 상황을 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뚫고 나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남 탓하지 않고, 피하려 하지 않고, 꼼수 부리지 않고, 불편한 상황을 정직하게 열심히 정면으로 부딪혔다.


이런 경험이 쌓여서 인격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인격이 위대함을 만든다

젠슨이 인격을 강조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사내에서 직원들이 고통스러운 환경에 놓여 극복하며 성장하는 것을 크게 장려한다. Suffering(고통)과 character(인격)는 그가 유수 대학 졸업 연설에서 즐겨 사용하는 어휘이다.


특히 스탠퍼드 경제정책연구소(SIEPR)에서는 고학력자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짚었다.

기대치가 높은 사람들은 회복력이 낮죠. 그리고 회복력은 성공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고통을 겪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위대함은 지능이 아니라 인격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인격은 똑똑한 사람보다는 고통을 겪어 본 사람에게 만들어집니다.


위대한 사람, 또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리고 그 필요조건은 인격이다. 인격의 필요조건은 정직한 최선으로 고통을 극복하는 경험의 누적이다. 그러니까 누가 당장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정직하게 열심히 해 보려는 마음을 쉽게 접지 않았으면 좋겠다.


충분한 답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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