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에 실패한 모든 사람들에게

2025.4 | 워홀 2년차 일기

by 가가


워홀을 시작한 이후로, 뭐랄까... 인생의 깨달음을 얻고 당당하게 돌아가야 할 것 같다는 강박이 좀 있었다.


여기까지 나왔으니 돈을 무지막지하게 벌든, 영어를 드라마틱하게 늘리든, 인생의 깨달음을 얻든 적어도 셋 중 하나는 해야 된다고.


주위에선 부담 가지지 말라고, 그냥 살다오는 것만으로도 경험인 거라고 많이들 해줬지만 여전히 한편으론 워홀이 '실패'하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 (고민없이 2차 워홀을 신청한 이유도 이거였다. 아직 한국으로 돌아갈 만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것 같아서. 뭐를? 나도 모름.)


그러다 그런 글을 봤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달간 국내 무전여행을 하는 후기를 올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모든 여정이 끝나고 집에 돌아왔는데 바뀐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그냥 그렇게 끝이 났다고. 근데 그 말이 더도없는 위로가 됐다는 감상 후기도 함께.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을 수도 있다.

뭔가 해보려고 했다가 실패했을 수도 있다.


고레에다 감독이 <리틀 미스 선샤인>을 최애 영화로 꼽은 이유도 그것 아니었나. 영화가 끝났는데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어서. 그래도 괜찮다.


그러니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서 해보되, 그러지 않았다고 혹은 기회를 놓친 것 같다고 자책하지는 말자. 내가 원래도 후회하는 성격은 아니긴 하지만, 한번 구덩이를 파다보면 끝도 없이 파게 된다. 그러니 운명을 믿기. 지나간 기회는 지나간 것이고, 더 큰 기회를 잡기 위한 meant to be라고 생각하기.


그리고 자꾸만⏤이렇게 사는 게 맞나? 앞으로 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하는 불안과 강박이 생길 때마다 나는 개똥밭에서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을 떠올린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은 오늘 살아있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니까. 내 앞에 주어진 그 어떤 삶도 최소한 경험해보지 못하는 것보단 더 재밌고 행복할 것이라는 (그럴 확률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여름 퀘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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