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
2023. 1. 13. 기념비적인 퇴사
2023. 2. 17. 졸업식
2023. 5. 2. 영어학원 등록
(Josh: 3개월간 죽었다 생각하고 하세요.)
2023. 5. 3. 워홀, 코업 둘 중 하나는 간다. 여권 발급
2023. 5. 11. 캐나다 워홀 신청
(될까..?)
2023. 5. 17. 일주일 만에 워홀 인비테이션 발급
(이게 되네…)
2023. 6. 15. Biometric 등록 (비자신청 마지막 단계)
2023. 6. 29. 캐나다 워홀 비자 최종 합격
2023. 7. 6. 진짜 간다! 항공권 구매 완료
2023. 7. 15. 아이엘츠 시험
2023. 7. 28. 아이엘츠 성적 발표 - 코업 대비 목표 점수 달성!
2023. 8. 7. 미리 체력 길러두기. 헬스+필테 시작
2023. 8. 9. 실전은 스피킹. 전화영어 시작
2023. 8. 19. 일주일 중 5일동안 송별회를 한 여자가 있다?
2023. 9. 5 백패킹 시작
*워홀 준비와 관련된 이벤트만 간추린 것.
졸업하고 2월부터 8월까지, 교수님이 흘러가는 대로 살랬다고 정말 흘러가는 듯이 살았더니 시간도 물 흐르듯이 흘러가고…
나 뭔가 하고 있긴 한 건가? 캐나다 갈 수는 있는 거임? 이라는 생각이 들 때쯤 여름이 끝났다.
어느덧 가을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9월.
이제 와서 지난 6개월을 돌아보니 걱정했던 것 치곤 얼추 구색 갖춰 제대로 오긴 한 것 같다.
그리고 위엔 안썼지만 엄청나게 놀았다 ㅋㅋ
2년동안은 학교도 다니고 일도 다녔으니까!
미뤄놨던 방학을 몰아서 누리는 기분으로 제주도도 다녀오고, 가평, 정읍, 속초…
성남도 이틀 꽉꽉 채워서 두 번이나 다녀오고, 퇴사하고 한가해진 엄마랑 놀고, 읽고 싶었던 책 읽다가 중도에 포기하고(영원히 <죽음이란 무엇인지>는 알 수 없게 됐다), 극장에서 영화도 챙겨보고, 번개는 한 50번 정도, 그러면서 비운 소주병이 120병 정도…
사람의 노화가 언제부터 시작되는지 알아?
(글쎄… 도전하길 포기할 때?)
도전을 포기할 때가 아니고 25살부터야.
끼니 거르고 운동 안하고 고양이만 조무르고 있는 나(25살)를 보면서 엄마가 말했다.
이젠 진짜로 인정해야지 싶다. 건강 챙기고 무병장수 해야지.
지난 카톡을 읽어보니까 워홀 간다는 얘기는 무려 작년 이맘쯤부터 하고 다녔던 것 같다.
처음엔 ‘지금 아니면 언제 되겠어?’라는 생각이 반.
내 성격상 안정적인 직장을 얻게 되면 거길 박차고 나오긴 정말 어려우리란 걸 알았다.
마침 1월에 퇴사, 2월에 졸업.
일하면서 모아둔 돈 있고, 시간 많고. 깔끔한 무직백수가 됐다. (마침 서울시에서 무직백수에게 주는 청년수당이 50만원, 영어학원 수강료도 50만원… 소름.)
신이 내린 타이밍. 정말 지금 아니면 안되겠다.
그렇지만… 왜 워홀인데?
친구들의 질문에는 일단 먼 산 허공을 바라봤다.
가는 데 이유가 있어? 그냥 가는 거지…
(뭔 말이야 그게…)
외국에 나가서 살아보고 싶다는 흐리뭉텅한 로망이야 있었지만… 언제라도 외국으로 run할 준비가 되어 있는 친구들만큼은 아니었고.
우선 나를 머뭇거리게 했던 1순위 이슈는 영어였다.
자취도 한번 안해본 내가 혼자 외국 나가서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컸다.
벚꽃이 한창 만개하던 5월.
워홀이든 뭐가 됐든, 일단 올해 안에 외국은 한번 나갔다 와봐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영어 학원을 끊었다. 뚜렷한 목표가 없다 보니 첫 한 달은 현타의 연속이었다.
첫 수업이 끝나고 털레털레 돌아오면서 친구랑 했던 카톡을 보면... 대충 이런 내용. :
- 다른 사람들은 유학 갈 학교도 딱 정해져 있고 합격증 먼저 받아놓고 어학점수만 따면 되는 경우도 있고 그런데 나는 아직 그런 뚜렷한 목표가 없으니까… (아직 워홀 신청하기 전)
-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나 싶고 동기부여도 안되고 어찌저찌 해외에 나간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도움이 될까 이런 생각도 들고 만약 실패하면 그땐 너무 늦어버리는 거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들고… (이하 생략)
웃긴 게 지금 저걸 다시 읽어보니까 정말 별 고민 아니었단 생각이 든다.
결국 워홀 비자 잘 나왔고 영어도 얼추 준비해서 가게 됐고… 걱정 안해도 될 것 같다 과거의 나야.
앞으로 내 앞에 있을 모든 일들이 이렇게 지나가 보면 별 거 아닌 고민들이겠지.
그리고 나중엔 좀 이런 느낌. :
거기도 다 사람 사는 덴데 죽으란 법 있어? 말 안 통하면 손짓 발짓으로 어떻게든 되겠지. 함 해보자! 으아아가보자고!
그런 마인드로 아이엘츠도 순탄히 통과.
워홀 떨어지면 코업 지원하려고 목표 점수를 정해놨던 건데, 이대로면 워홀 비자 끝나고 코업도 지원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송별회 겸 만난 친구들이 내 목표가 뭐냐고 물어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주 거창한 목표는 아니다.
단지 내 가능성을 한국 안에 가둬놓지 않는 것이다. 내 삶의 흐름을 한국에만 국한시키고 싶지 않다. 그러기엔 한번 뿐인 내 삶이 너무 아까워.
무조건 외국에 나가서 살겠다는 건 아니다. 아직은 그럴 생각도 없고. 이건 마음가짐의 문제다.
한국이 맘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다른 나라로 떠날 수 있다는, 떠나면 된다는 심리적인 여유가 욕심 난다.
거기에도 사람이 살고, 돈을 벌 수 있고, 인생을 꾸려갈 수 있고. 한국과 전혀 다른 환경과 사람들 사이에서 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체화되었으면 한다. 그냥 머리로 아는 거랑은 다르니까.
그럼 내 인생이 조금은 더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그리고 한국인에게 강요되는 속도에서 벗어나 궤를 달리 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언젠가 다시 그 궤도로 돌아가게 되더라도, 그땐 내 선택으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럼 최소한 경험해보지 못함에서 오는 미련은 남지 않겠지.
나를 더 많은 가능성에 열어둘 거야.
한국은 너무 좁다는 말 이제야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