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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스 Sep 30. 2020

기이한 충동

내가 생각해도 기이한 충동이다.

앞에 선 사람의 옷에 머리카락이 붙은 걸 발견하면

떼고 싶은 충동.  알지도 못하는 타인의 '오점(?)'을 그냥 두고 보지 못하는 오지랖.


오늘도 그랬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난,

앞에 선 긴 머리 여자의 등에 머리카락 한 올이 턱 하니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엔 무시했다. 그런데 내내 거슬리는 거다. 6층, 7층.. 여자는 내리지 않았다.

침을 꼴깍 삼켰다.

최대한 들키지 않도록, 슬그머니, 아주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집어야 했다. 들키기라도 하면, 변태로 오해받기 쉬운 각박한 세상 아니던가.


어려워 보였다.

티 나지 않게 하려면 머리카락의 어느 한 부분이 밀착되지 않고 떨어져 있어야 했지만 여자의 갈색 머리카락은 피 빨아먹는 거머리마냥 옷에 찰싹 붙어있었다.


천천히 손가락을 뻗었다.

두근두근.

사알짝 머리카락을 집었...








"네?"


여자가 소스라치게 놀라 뒤돌아본다.

엘리베이터 안 모든 시선이 나에게 쏟아졌다.


"하하하하. 이거요.."


난 얼굴이 시뻘게진 채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들어보였다. 여자는 아... 하며 공격의 눈빛을 슬그머니 거두었다. 그러더니 한 마디 한다.


"감사합니다."


기분이 좋아졌다.

왠지 다음에도 머리카락이 붙은 사람이 보이면 또 떼어줄 것 같다. 오해받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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