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잡기 전수하기

by 권도연

후배에게 상사로서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을 요약하자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3가지다.



1. 업무 지식 : 매우 잡다한

2. 사회생활 태도 : 편한 직장 생활을 위해 필수적인

3. 기술 : 파블로프의 개처럼 즉각 반응하는 동작 같은


오늘 후배에게 전수해 줄 것은 3번이었다.

엑셀 파일을 열어놓고 망연자실 앉아있는 저 어린양에게 나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섬광을 내려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우리 부서에서 쓰고 있는 엑셀의 기능은 총 5개가 채 되지 않았다.


표 만들기, 수식(if문이 어쩌고, vlookup이 어쩌고... 안 쓴다. 쓰는 건 더하기 빼기 곱하기 등 산수), 조건부 강조, 셀 삽입.


이거면 통계표는 완성이었다.


엑셀의 무궁무진한 기능(진짜 엑셀 발명자는 천재가 아닐까 늘 생각한다)은 자기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시도해 볼일도, 고민할 기회도 없었다.


여기에 붙여 넣기 작업을 위해 듀얼 모니터는 필수라든지

수치를 붙여 넣을 때, 1번, 2번, 3번 FM처럼 순서대로 하지 말고 기준이 되는 수치를 먼저 뽑아내 작업하는 방법이 손도 덜 피곤하고, 시간도 절약된다는 것을 알려줄 참이었다.



일명 업무의 팁(tip) 같은 것 말이다.





눈감고도 할 수 있는 사무직의 '잡기' 기술




나는 '지식'이 아닌 '잡기' 시연을 위해 후배와 나란히 컴퓨터 앞에 앉았다.



"고민할 거 없고, 이게 뭔지 의미는 나중에 따지고. 이제부터 내가 하는 거 잘 보고 순서대로 하면 돼요. 지금부터 후배님은 펜을 들고 내가 누르는 커서, 동작, 행동을 하나도 놓지 말고 적습니다. 그리고 자리로 가서 그대로 시연합니다. 자, 시이작~"


시트를 열고, 맨 앞에 셀 한 칸 삽입, 그 칸에 두 번째 셀과 세 번째 셀 더하기. 처음부터 끝까지 드래그, 여기서 부터 저기까지 컨트롤 씨 컨트롤 브이. 그림은 컨트롤 씨. 피피티 열어서 컨트롤, 알트 누르고 브이 눌러서 확장 그림 파일로 저장 ×#(#*÷♡#(#,#*##(#(-?


나는 천천히 말하며 보여줬고

후배는 꼼꼼히 적으며 따라왔다.


통계표를 작업할 때만큼은 그는 내가 되어야 했다.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업무도, 해석을 요하는 업무도 아닌 만큼. 업무가 떨어지면 기계처럼 매뉴얼대로 뚝딱뚝딱할 수 있는.



그래서 나는 내가 터득한 최선의 방식, 요령을 가르쳐 주었다.

시간을 단축시키는, 불필요한 동작을 줄일 수 있는,

손가락을 덜 쓰고, 손목을 덜 움직이는 아주 기름진 지름길.

일명 고등학교 선배들이 내려주는 족보 같은 것들.




"이제 마지막으로 표를 출력해서 눈으로 확인. 컴퓨터 작업으로 보고서 업무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아니에요. 처음엔 몰랐는데, 출력해서 보니까 안보이던 오타나 오점이 보이더라고. 사람의 눈은 기계보다 프린트된 종이에 더 최적화되어 있거든요."







후배는 자리에 돌아간 후에도 열심히 통계표를 익히고 있었다. 그러는 후배를 슬쩍 넘겨보는데 책상이 눈에 들어왔다.


엑셀 고수되기 뭐 이런 종류의 두꺼운 책이었다.

엑셀을 못한다는 사실을 들키고서 잔뜩 움츠러들었던 후배가 가장 먼저 사들고 온 것이 바로 엑셀 책이었던 것이다.


괜스레 웃음이 났다.

그리고 후배가 너무 예뻐 보였다.

열심히 하려는 그 마음이 너무도 기특했다.




다 가르쳐주고 싶다.



난생처음, 후배에게 그런 마음이 들었다.










[해야 할 일]


1. 후배에게 포스트잇 주기 - 문서 작업용 필요 스킬들을 포스트잇에 써서 붙여 익숙해지도록 한다.


2. 교육 시간 만들기 - 틈틈이 일하면서, 되는대로 주먹구구식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30분씩 시간을 정해 업무에 관련된 사항을 정리, 전수해 준다.


3. 업무의 큰 그림을 보여주기 - 교육 시간에는 '닥치고 하는' 잡기가 아니라 업무 전반의 의미를 가르쳐 줘 후배가 자기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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