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가기 싫은 회사를 가고싶게 만드는 리스트

by 권도연

"오늘은 아주 중요한 업무를 줄 거야."


점심시간, 커피를 사들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후배는 마스크 위로 튀어나올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 그게 무엇입니까."

"내가 신입 때 만든 아주 중요하고도 컨피덴셜 한 정보."

"...."


열일 하는 후배에게 내가 아는 것 모두를 주고 싶다 마음을 먹은 이후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그것이었다.

그 어떤 지식이나 기술도 없었던 신입 뽀시래기 시절, 가장 열심히 만들었던, 나의 무기.


그때의 나는 신상에 미친 듯이 열광하는 사람이었고,

특히 남들이 모르는 신상, 나 혼자 알고 있는 그 신제품에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시작은 올리#영에서였다.


"임신한 여동생이 맛있는 걸 먹고 싶다는데...."


나의 사수였던 그는, 회사 근처 올영에서 읽기도 힘든, 구분하기도 힘든 온갖 화려한 미제(요즘엔 일제, 이태리제, 프랑스제, 독일제, 동유럽 북유럽제도 있음) 물건들 앞에 망연자실 서 있었더랬다.


"주말에 본가 가는데 냄새나고 무거운 건 싫고 간단한 걸로 사가려고."


상사의 칭찬에 목이 말랐던 입사 일주일 차의 나는 그 날 정말 오랜만에 어깨를 펴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 거 좋아하세요, 짠 거 좋아하세요? 아님 부드러운 거나 바삭거리는 거? 버터리한거 좋아하세요 담백한 거 좋아하세요?"


상사는 나의 쏟아지는 질문에 잠깐 당황해하는 듯했으나 이내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을 물어왔다.

나는 그 취향에 가장 최적화된 "딸기잼이 듬뿍 발라진 쿠키와 바닐라크림이 들어있는 초코 웨하스"를 골라드렸다.

그다음 주 상사는 싱글벙글한 얼굴로 그랬다.


"이제 앞으로 탕비실은 후배님이 채우도록. 마음껏, 취향껏."






구글의 구내식당. 구글러는 못됐지만 구글 탕비실 정도는 따라할 수 있지 않을까. 출처 :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



이후 나는 사무실 운영비로 내 나름의 취향대로 탕비실을 꾸몄다. 이후 틈틈이 업데이트를 하며 (계절별, 구성원별, 신제품별) 모두가 만족하고, 모두가 즐거운 탕비실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했다.


누구는 그랬다. 뭘 그런 걸 열심히 하냐고.


하지만 매사가 평가의 기준이 되는 신입에게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있어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건 분명히 복이다. 그거 하는 시간에 일이나 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탕비실은 어쨌건 신입의 것이다.


집보다 더 오랜 시간 붙어 있는 사무실 아니었던가.

인사 잘하고, 일 잘하고, 잘 웃는 것 이상으로 탕비실 채우기는 필수이며 의무다.


지내보면 안다.

일 하다 빡칠 때, 당이 곤두박질칠 때

탕비실의 초콜릿, 음료 하나가 아주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사람은 단순하다.

특히 장시간 책상에 앉아 머리만 쓰는 불쌍한 사무직은 더욱더 단순해야한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탕비실,

이 곳을 책임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에 있을까.







*과자 광고 아님

*우리 회사 기준임




[음료]


가루류 : 아메리카노 / 믹스커피 / 바닐라라떼. 티라미수라떼. 녹차라떼. / 코코아 (미떼) / 아이스티


탄산수 : (무맛/ 레몬맛)의 트레비 / 초정탄산수 (그린 애플 /유자)


우유 류 : 단 우유(딸기/초코/바나나)는 하나씩만 / 우유는 무조건 유통기한 긴 멸균 우유 / 아몬드 브리즈(무맛/ 초코)는 소비량 체크 후 안 줄면 다시는 사지 말 것


두유 류 : 단 두유(베지밀 등) / 안단 두유(약콩) * 안단 거 찾는 사람 있지만 진짜 안단 거 넣어두면 아무도 안 마심


병주스 : (손님용) 오렌지/ 포도/감귤 / 알로에 *불호강한 토마토 제외할 것


기타 : 박카스 /비타500 / 개발자 있는 곳에는 몬스터나 레드불


[단과자/ 짠 과자]

* 먹을 때 소리 나지 않는 것으로 살 것

*극강의 단맛, 보통의 단맛 섞어서 주문할 것

*초콜릿 발라진 류, 여름엔 냉동실 보관할 것(초코하임은 4계절 모두 냉동실 보관)


초코바 : (핑거용) 트윅스 / 자유시간 / 스니커즈


쿠키류 : 칙촉 / 촉촉한 초코칩/ 빈츠 / 로아커 /버터와플 /쿠크다스 /마가레트 / 샤브레 (낱개 포장) / 초코하임 화이트하임 / 버터링(낱개 포장) / 에이스 / 아이비

봉지류 : (먹을 때 소리 안나야 함) 홈런볼 / 사또밥 / 팝콘류 / 캐러멜콘 과 땅콩


파이류 : 몽쉘 / 오예스 / 초코파이 / 커스터드


* 소리 나지만 참을만한 것 : 프링글스 / 포카칩 / 허니버터 칩 / 빼빼로


[견과류]

무조미(데일리류)

유조미(허니버터 어쩌고 류)


[젤리/사탕/껌류]

젤리 : (개별포장) 멘토스 / 스키틀즈 / 하리보 / 말랑카우 / 마이쥬


사탕 : 애니타임 / 목캔디 / 자두맛 / 청포도맛 / 누룽지맛 / 흑설탕맛


껌 : (양 많은 걸로 떨어지지않게) 자일리톨


[식품류]

훈제계란 / 냉동 핫도그 / 소시지 (천하장사 / 맥스봉) / 포션 치즈 / 맛밤 / 말린 고구마 / 쁘티젤 / 요거트 / 컵수프


[컵라면류]

육개장/김치사발면/도시락/튀김우동/왕뚜껑/짜장범벅/참깨라면/컵누들


기타


- 연령별 선호 과자 선별적으로 구입할 것 (쌀과자류 / 양갱)

- 베이커리 구매 시 : 팥빵. 소보루는 필수 / 크림, 곡물빵, 페스츄리류, 크로와상은 하나씩만 / 오전 7시, 오후 3시경 주문 경우 샌드위치 포함할 것



*기회될 때마다 1회용품 챙기기 (빨대, 요플레용 숟가락, 큰 숟가락, 포크)

*영수증 챙기기

*주문 전 단톡으로 주문받으세요. (예쁨받고 싶은 상사가 잘 먹는 건 떨어지지 않게. 신제품 나오면 책상 위에 몰래. 이것이야말로 남의 돈으로 생색내는 방법)







♡ 최종 이야기는 서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9695005


이전 04화3. 잡기 전수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