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신입의 필살기, 필기력

by 권도연

내 기준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하고도 필요한 능력은

이해력도 적응력도 응용력도 아닌 필기력이다.



필기(筆記)력.

말 그대로 받아쓰는 힘. 혹은 메모하는 힘.



특히 신입에게는 무엇이든 들리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받아 적는 자세가 필요하다. 뭐가 중요한 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신입에게는 사무실에서 오가는 내용이 외국어다.

용어도 생소하고, 사람도 생소하고, 심지어 사무실 공기도 사소한 게 신입이다.


그래서 나는 신입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수첩과 펜을 준다. 몸에 붙은 자석처럼 항상 손에 들고 다니라고 말해준다. 회의실은 기본이고, 선배와 선배의 대화, 선배의 전화통화도 들리는 것은 받아 적으라고 한다.


특히 명사를 중심으로. 고유명사라라면 더더욱 써야 한다.




그도 한다, 필기.



무슨 말이든 닥치는 대로 적다 보면 나중에는 신기하게 조금씩 이해가 된다. 내가 그랬다. 외고까지 나오고서도 영어는 늘 죽을 쒔던 내가 딕테이션을 하면서 외국인과 무리 없이 대화할 수준으로 회화가 늘었다.



머리+귀에 '손'까지 훈련함으로써 오감으로 익히는 방식이다.



그래도 모르는 게 있다면?


물어보면 된다.

신입에게 질문은 최대의 특권이자 최고의 권력이다.



질문이 바로 '지식'이다


뭐든 다 질문하랬더니 질문폭탄이다.


"선배님, 이게 뭐죠?"

"그럼 이건 또 뭘까요?"


첨엔 친절히 설명해 주다가 시간이 갈수록 대에충~ 쳐내기에 바빴다. 그랬더니 신입도 갑자기 의기소침해져 버린다.


서로의 윈윈을 위해 질문법을 바꿔보라 지시했다.



"그냥 뭐냐고 물어보지 말고, 'a가 맞을까요, b가 맞을까요', 아니면 'a로 하려고 하는데 맞을까요' 하고 물어보는 건 어떨까."


후배는 바로 바뀌었다.








프리퀀시 열심히 모아 얻은 다이어리


후배에게 아껴둔 별다방 다이어리와 펜을 사비로 사주었다.


의무적인 필기가 아니라

행동이 마음을 이끌듯

손이 머리를 끌어주는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


내가 그랬듯, 후배도 나처럼 필기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고,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사회 초년생의 불안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다스려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후배 교육 이틀 째.


하루 30분씩 진행되는 교육 시간에 후배의 수첩 내용을 같이 복기하고 있다.

그곳에는 나의 지시 사항뿐 아니라 전화 통화 내용, 외부 협력 업체의 메일 리스트, 그리고 정수기 물을 시키고, 영수증을 얼마 처리했는지 까지 빼곡히 적혀있었다.


"이 표시는 뭐야?"

"아, 여쭤보고 싶은 걸 표시한 겁니다."

"이건?"

"처리 완료된 거를 표시한 겁니다."

"오전에 준 자료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네. 그게 젤 중요한 건데."

"아, 쓰겠습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후배님이 이렇게 쭉 정리를 하면 내가 업무 중에 무엇이 가장 중요한 지 우선순위를 가르쳐 줄게요. 그럼 넘버링을 해서 그 일은 보다 신경 써서 처리하는 거지."

"넵."

"이건 뭐야?"

"어제 하신다고 했던..."

"아.. 잊고 있었네, 오늘까지 처리해야 하는 건데."


덕분에 나도 놓치고 있던 업무를 챙기게 됐다. 뿐만 아니라 나 또한 새로운 부서에 와서 생소한 용어들이 후배의 수첩을 통해 습득되고 있었다.


신입인 후배를 가르치는데

팀장인 내가 배우고 있다.


역시,

가르치는 것이 최고의 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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