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뭔가?!"
기어이 큰 소리가 나고야 말았다.
총 15장의 보고서 중, 마지막 장에 들어간 첨부 문서가 문제였다.
1억이어야 할 금액이 10억이 되어있었다. 아주 치명적인 오타였다. 그대로 윗선에 보고됐다가는 분명히 나는 물론 나의 상사도 우리 팀도 살아남지 못했을 터였다.
"헉. 다시 보고해 올리겠습니다."
나는 글자 그대로 '헉' 이란 단말마의 비명 같은 소리를 입 밖으로 내며 뒷걸음질 쳐 나와버렸다.
'젠장 이게 뭐야.'
자리로 돌아와 서류를 들여다봤다. 왜 늘 오타는, 수치 누락은, 실수는 상사에게만 잘 보이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수십 번 체크해도 실수는 있다
참고 문서는 신입이 만든 것이었다. 난이도 최하, 엑셀 데이터를 한글로 옮겨 붙이면 되는 작업이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후배님, 잠깐 나 좀 보지."
신입은 목소리만으로 분위기를 감지하고 다가왔다.
"이거 뭐야?"
"......"
"헉."
얘도 헉이다.
"엑셀에서 바로 긁어서 붙여 넣는 건데 왜 이게 이렇게 들어갔지?"
"아......."
"혹시 이걸 일일이 수기로 쳐 넣었나?"
"그대로 붙이니까 형식이 이상하게 돼서 마지막 총계만 손으로 넣었는데.. 죄송합니다."
"(아니 내가 수치를 넣을 땐 절대 수기로 넣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왜 했던 실수를 또 하나!!! 우다다다 다다다) 다시 수정해서 가져오세요."
하아..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순 없었다. 누굴 탓하겠는가. 내 책임이었다.
보고서의 책임자는 나다. 신입은 서포터일 뿐이었다. 나는 그 서포터의 작업물을 확인하지 않았고, 그대로 올려버렸다. 명백한 내 과실이다. 근데 지금 누굴 탓하고 있는 건가 난. 상사 앞에서 신입 탓을 하던 그 선배를, 결국 닮아가고 있는 건가.
사실 근원적인 문제는 따로 있었다.
우리 팀의 최소 필요인원은 4명이다. 내가 이 팀에 발령 나기 전, 10년 전에도 4명이었다. 심지어 회사 사정이 좋았던 때는 6명까지 있었다.
하지만 지금 2명이다.
기존에 있던 팀장이 나가고, 나와 비슷한 직급의 동료가 육아휴직으로 나가고, 인턴 둘은 계약 종료로 나가버렸다.
그 자리에 3달 전, 신입과 내가 들어온 것이었다.
심지어 나는 이 부서에 경험을 해봤다는 이유로 차출됐다. 딱 1년이었다. 그것도 10년 전에. 그 1년의 경력으로 새 부서에, 그것도 팀장 없고, 동료 없고, 업무 숙련된 후배도 없이 온 것이다.
망망대해에 혼자, 그것도 종이배인 내가 떠 있는 느낌.
무튼. '어쩌다 팀장' 이 됐다.
나는 팀원이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함과 동시에, 관리자인 팀장의 역할을 해야 했고, 신입의 업무까지 체크하고 컨트롤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주변에서는 그랬다.
"야, 그 인원으로 할 수 있겠어?"
하지만 그들 모두 마지막으론 그랬다.
"야, 조직은 어떻게 해든 굴러가."
위로인지 뭔지 모를 그 소리는 나한테 이렇게 들렸다.
"야, 조직은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어떻게든 굴러가.... (그리고 그게 바로 너야)."
솔직히, 나의 감정은 이랬다.
-타인의 평가에 엄청나게 예민한 성격의 나는, 내가 하지도 않은 실수로 상사에게 꾸지람을 받았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싫다.
-왜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걸 실수했을까 싶어 후배의 업무 능력에 대해 배신감이 든다.
- 할 것도 많은데 일일이 다 가르쳐줘야 하나 싶어 그 피곤함이 벌써부터 밀려온다.
- 그냥 짜증 짜증 짜증이 난다.
하하하하. 양쪽에서 난리네 증말.
감정 컨트롤을 해야 했다.
나쁜 기억이 오래가면, 팀에도, 신입에게도 특히 나에게도 독이 될 것이 뻔했다.
서번트 리더십을 주창한 제임스가 그랬다.
"타인의 시각에서 상황을 보려고 노력하라. "
그래, 지금 상사는 매우 날카로운 시즌이다.
그래, 지금 후배는 너무 긴장해서 작은 것을 놓치지 쉬운 상태다.
상사의 지적을 고스란히 후배에게 전가할 것인가.
상사의 지적에서 감정에 상처를 받았다면, 그 감정을 덜어내고, 팩트만 전달하면 될 일이었다.
"수치 틀린 거 다시 한번 확인하고, 담부턴 같은 실수 안 하도록 합시다."
"다시 꼼꼼히 살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생각해보니, 상사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안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만큼 상대의 화를 푸는 것은 없었다.
침묵의 5분. 상사는 보고서를 1페이지부터 찬찬히 훑었다. 마지막 장이 넘겨질 때까지 나는 똥 마려운 강아지 마냥 몸을 꼬며 서있었다.
"됐네. 이걸로 보고하지."
"넵. "
인사하고 돌아서 나가려는 데 상사가 등 뒤에서 그런다.
"요즘 힘들지? 후배 가르치랴 일하랴 보고하랴. 조금만 견디자고. 좋은 날이 오겠지."
그 말에 괜히 울컥 눈물이 쏟았다. 표현을 안 해도 상사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말 한마디에 용기가 나고 기운이 솟았다.
자리에 들어와 앉으려는데 벌써 점심시간이다.
"뭐 먹을까? 오늘 후배가 좋아하는 거 먹자."
굳었던 표정을 풀고 말을 거니 후배도 얼었던 표정을 확 풀며 기분 좋게 대답한다.
"선배님이 드시고 싶은 거면 돌도 씹어먹겠습니다!!!"
그래, 조금만 힘을 내자. 우리에게도 볕 들 날이 있겠지.
인사 충원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다음 주, 인사팀에서 한 명을 보내준다는 연락이다.
"아, 이제 좀 살겠네. 내 일을 좀 나눠야겠어!!!!"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콧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그 콧노래는 이내 공포음악으로 바뀌어야 했다.
파견자는
또 신입사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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