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짜리 신입과 갓 입사한 신입 두 명을 동시에 훈련시키면서 그나마 덜 신입인 석 달짜리 신입을 좀 더 독립적으로 키워야(?) 하는방법을 찾아야 했다.
시간이 없었다.
2주 후면 완전, 생짜 신입이 온단다.
그렇다면 난, '단기 속성'으로, '신입을 1년 차 사원급'으로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도망치고 싶었다 증말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블라블라."
회의 자료를 만들고 있는데, 협력 업체에서 전화가 왔다. 지난 1주부터 시작된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묻는 전화였다. 아차차. 잊고 있었다.
당장 이번 주에 시작되어야 하는 프로젝트를 양 손에 하나씩 쥔 나로서는 이전 프로젝트를 진행할 여력이 없었다.
물론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잘 안다. 나의 두뇌는 현재 풀가동되고 있고, 여기에서 무언가를 비집어 넣게 되면 뇌는 결국 터져버리게 될 것이었다. 진짜 머리가 '빵'하고 터지는 게 아니라 과열된 기계가 돌다가 멈춰버리는 것처럼 아예 뇌가 멈춰버리는 거다. 물론 '악'하는 폭발음(괴성)과 함께.
펑!!!!
"과장님~ 안녕하세요. 안 그래도 연락드리려고 했습니다만. 내부 사정이 있었습니다. 우선 저희가 내부 회의를 하고 검토 후 전달드려도 될까요? 오늘 중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
수화기를 끊자마자 나는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아주 세세한 것부터 꼼꼼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 보내줘야 할 것과 받을 것, 작성해야 할 것을리스트화했다.
- 파일은 프린트해서 필요할 때마다 찾아보기 쉽도록 프린트해서 색깔별로 라벨링 했다.
: 파란색 - 완전 완료
: 빨간색 - 부분 완료 (진행상황 계속 체크 필요)
: 노란색 - 진행 중
- 프린트 곳곳에 포스트잇으로 셀프 체크란을 만들어 후배가 스스로 점검할 수 있게 했다.
- 업무 달력을 공유해 중요 일정을 놓치지 않도록 했다.
- 받은 외부 업체 담당자 연락처를 전달했다. 담당자의 특징전달이 제일 중요. 문자보다는 카톡이 편리한 사람인지, 이메일 회신은 어느 정도로 빠른지 등등을알려줬다.
목표는 신입을 나와 똑같이 만드는 거였다.
산더미 같이 쌓인 서류들을 내려다보며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잠깐 나 좀 회의실에서 볼까."
업무 인수인계는 이어달리기와 같다.
"아 과장님~ 담당자가 바뀌어서 혼란스러우셨을 텐데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중략). 네네. 별문제 없이 잘 마무리됐다구요? 네. ** 덕분이죠. 워낙 꼼꼼한 친구라서요. 종종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프로젝트 인수인계는 성공적이었다. 그나마 1~2년 차급 사원이 할 수 있는 수준의 업무였던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물론 잘 따라와 준 후배의 역량이 젤 큰 공이다.
물론 나는 관리자로서 틈틈이 그의 업무 상황을 체크했다.
그리고 내가 신입 때 가장 많이 실수했던, 놓쳤던 부분도 들려주었다.
"회사에서는 '~일 것 같다', '~면 되겠지' 같은 생각으로 대충 처리하는 게 젤 위험해요. 0.00001 퍼센트라도 확신이 안 서면 언제든 나한테 꼭 확인하세요. 특히 중간보고! 지금 어디까지 진행 중이고, 어디까지 완료됐는지. 그게 젤 중요해요."
후배는 일하는 틈틈이 진행상황을 일목요연하게 보고해주었다. 그 과정에서 원인 모를 불안감이 조금씩 해소되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