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소심한 신입

by 권도연

그런 동요가 있다.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젓가락 두 짝이 똑같아요."



내가 최근 동요를 자주 떠올리는 이유는 순전히 후배 때문이었다.


후배, 녀석의 태도는 한 마디로 이 동요를 생각나게 했다.


그는 매사 적극적이었다.

일도 열심히 했고, 맡은 일에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특별한 '태도'같은 것이 있었다.


'같아요'


그러니까 그는 늘 모든 문장에 저 '같다'는 말을 꼭 넣었다.


본 것 같아요.

알 것 같아요.


심지어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도 같다고 했다.


제가 한 것 같아요.


나도 내가 인간인 것 같아...









나에게는 후배가 두 명 있다.

일명 '완전 신입'과 3달짜리 '그나마 덜 신입'.

이 둘을 데리고 일을 하는 '어쩌다 팀장'인 나의 일과는 그래서 교육, 교육, 교육이다.


하나를 시키면, 그 하나를 위해 열 가지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


처음엔 '내가 하고 말지' 싶었다. 하지만 처음만 고생하면 나중엔 편해진다는 선배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이메일 쓰는 방법- 그러니까 이메일 제목 쓰기부터, 말머리 달기, 시작과 끝, 첨부파일 형식 등등-부터 전화받기, 카톡 하기, 보고서 폰트부터 편집 방법까지 하나하나 짚었다.


'설마 이것도 모르겠어?' 싶었지만 몰랐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은 강의를 듣다가 땡땡이를 고민하는 대학생에서 이제야 사회에 나왔다. 무슨 상무, 어디 이사에게 메일을 보낸 경험이 있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마음을 비웠다. 처음 심부름 나가는 아이에게 길을 가르쳐주듯 주머니에 얼마를 넣고, 어떤 길로 가서 무엇을 사고 어떻게 계산을 하며, 어떤 인사를 나눠야 하는지 상세히, 아주 꼼꼼히 되짚어줬다.


시간이 매우 오래 걸렸다.


업무 처리는 뒤쳐졌고, 퇴근은 늘 늦어졌다. 그래도 난 마음을 비웠다. 모든 일은 시작이 있게 마련이니까. 이것만 지나면 편해져~ 하면서 위로했다.


다행히 후배들은 잘 따라와 줬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어, 부장님~ 메일 다시 송부드렸는데요.."


거래처 담당 직원한테 전화가 왔다.

그 직원의 말은 그랬다. 처음 보낸 메일에 수치가 틀린 걸 늦게 알았고, 그래서 다시 수정해 '재송부'란 코멘트를 달아 메일을 다시 보냈다고. 하지만 최종 파일에 그 수치는 수정되어있지 않았다.


담당은 그 녀석이었다.


"메일 다시 보냈다는데, 다시 온 거 확인 안 했어요?"

"아, 본 것 같아요."


그가 대답했다.


'같아요'


그의 버릇이 또 시작됐다.


"이거, 후배님이 처리했어요?"

"이거,,, 제가 한 거 같은데요..."


아..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그래서 봤다는 거야 안 봤다는 거야?"

"본 것 같아요..."

"봤는데 왜 수정사항을 기록 안 했나?"

"아,, 메일이 두 개 왔길래 그냥 하나는.."

"하나는?"

"안 열어본 거 같습니다."

"왜? 두 개 왔네. 왜 두 개지? 뭐가 다르지? 하고 의문 안 품어?"

"죄송합니다. "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눈망울


아니야.. 너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니라고..


이제 틀린 수치를 수정해서 담당 부서에 죄송하다고 머리를 조아리고, 30부의 출력부를 파기하고 재 출력해야 하며, 상사의 스케줄을 파악해 또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결재를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 왔다.


이대론 안 되겠어.



나는 그의 '같다'는 말이 지금껏 신입이라 경험이 일천하여 일처리에 확신이 없고 겁이 나 소극적으로 방어하는 나름의 변명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는 확신이 없는 것이 아니라 확인을 하지 않았다.

왜라는 의문을 품고, 그 질문에 대한 확답을 갖기보다

그럴 것 같다는 느낌, 그래도 된다는 자기 위안으로 당시 그 상황만 모면하려 하는 것이었다.


태도의 문제였다.


업무의 스킬은 가르칠 수 있었다.

하지만 태도는 가르칠 수 없었다.


그는 메일을 봤을 때, 열어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또 생각해야 했다.

이것이 태도인가?

이 녀석에게 메일 체크가 어려웠을 수도 있지 않을까. 업무가 너무 많아서 잊어버린 것이라면?

메일 확인 시 체크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모르는 거라면?


'어쩌다 보니 팀장'이 되었지만

팀장이다 난.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든(그래 봤자 두 명) 팀원을 억지로라도 끌고 가는 것이 내 역할이다.

그리고 난 저 녀석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같아요 후배'를 위한 처방]


- 실제 할당된 업무의 양과 내용을 확인해 실제 직장 생활에 어려움은 없는지 묻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해 준다.

-업무 능력 향상과 '꼼꼼' 스킬 습득을 위해 그만의 상세 체크리스트 목록을 정해준다.

: 확실한가? 진짜 확실한가? 묻는 항목 추가

- 업무 결과에 대해 다른 팀원과 크로스체크를 시킨다.

- 그는 마상을 잘 입는 것 같다. 칭찬의 리액션은 아주 크게, 지적은 아주 작게 해야 할 것이다.

- 몰래 간식이라도 챙겨주자. 간식 싫어하는 후배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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