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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스 Nov 04. 2024

일상, 끄적임 그리고 책




-삽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마주치는 풍경-










햇수로 12년째.

아침 6시 45분에 기상해

7시 37분 지하철을 타고

8시 40분에 무거운 몸과 더 무거운 눈꺼풀로

출근 도장을 찍는 삶.


하루는 이 루틴이

너무나 지겹고 지루하고 지난하여

중간 역에서 내려버릴까 생각한 날도 있었다.


하지만 결코.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객기일 뿐이다.


직장인이면 공감할 것이다.


10여 연차의 중간급 관리자가 되면

커진 머리만큼 용기나 결심 같은 것은 그것과 반비례해 작아져서 가슴은 새가슴이 된 지 오래고

아무 일 없는 무탈함이 최고의 축복이자 행운이라며

의자 깊숙이 엉덩이를 밀어 넣고 시간을 재고 있다.


하지만 어째 생겨먹은 기질인지

도전과 욕심과 갈증은 잊을만하면 자꾸 용솟음쳐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든다.


아, 지겹네

아, 재미없어


그러다 어느 날엔가

집 안에 큰일이 생기면

가까운 친지가 아프거나

남편과 언성을 높여 싸우거나

아이가 유치원이나 학원에서 문제를 일으켰거나

동료들과의 의견 충돌, 더디다 못해 갈피를 못 잡는 커리어에 대한 고민들로 대답 없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윙윙 공회전만

반복되면 그제야 또 깨닫는다.


생각 없이 루틴대로 움직이는 아침과 저녁의 삶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것인지.

지금의 지루함이 얼마나 평안하고 평화로운 것인지.




"삶의 역경과 고난을 이기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 첫 번째는, 머릿속으로 고민하기보다

우선 정직하게 몸의 리듬을 지키는 것이다."

 - 손웅정,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그래, 몸의 리듬대로.

이대로 꾸준히 해나가면

뭐든 언젠가는 이 루틴 '덕분에'

해낼 수 있었다고 떠올릴 날이 있겠지.



202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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