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와 니콜라>
[커뮤니티] 부동산 스터디 - "소처럼 일했는데 벼락거지..." 기사 댓글 (99+)
기사 공유 : https://www.yna.co.kr/view/MYH20201231019400797
무주택탈출 (작성자) 오늘 기사 보셨나요? '소처럼 일했는데 벼락거지'라는 말에 완전 마상 입었네요. 3년 전 전세 재계약할 때 집주인이 "지금이라도 집 사지 그러냐"라고 했을 때 비웃었던 제가 원망스럽습니다. 그때 4억 하던 앞동 아파트가 지금 10억이 넘었네요. 출근하기 싫습니다. 저 왜 일하나요.
ㄴ 욜로인생 (댓글 1) 진짜 공감요. 적금 꼬박꼬박 붓고 아껴 쓰면 잘 살 줄 알았는데, 자고 일어나면 제 연봉만큼 집값이 올라 있으니 일할 의욕이 0이에요.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요? 열심히 사는 사람들 바보 만드는 나라...
ㄴ 헨리_HENRY (댓글 2) ㅎㅎㅎ 남들은 대기업 다니고 연봉 1억 넘으니 부자인 줄 알죠. 하지만 실상은 세금 떼고, 월세 내고, 품위 유지비 쓰고 나면 통장은 늘 텅텅이네요. 공부만 했던 청춘이 아깝네요. 이렇게 '벼락거지'될 줄 몰랐는데.
ㄴ 찰스_King (댓글 3) @헨리_HENRY 헨리 씨, 공부 많이 하셨단 분이 왜 그렇게 징징대요? 당신 같은 양반들이 문제야. 책상에 앉아서 엑셀 두드리고 가성비 따지니까 기차 다 떠나는 거지. 세상은 똑똑한 놈이 아니라 용기 있는 놈이 먹는 거임. 연봉 1억이면 뭐 해? 결단력 없어서 기회 다 날린 '고소득 멍청이' 인증하는 꼴인데.
ㄴ 니콜라_NICOLA (댓글 4) 찰스 님, 말 좀 가려하시죠. 지금 시장은 노동의 가치를 완전히 쓰레기로 만들고 있어요. 강남에 집 없는 부모 둔 자식들은 이제 신분 상승 꿈도 못 꾸죠. 이게 나랍니까?
ㄴ 찰스_King (댓글 5) @니콜라_NICOLA 감성팔이 오지네. 부모 탓, 사회 탓하면 인생이 좀 나아집니까? 당신이 집 못 산 건 부모 자산이 없어서가 아니라 머리가 나빠서야. 노동의 가치? 웃기고 있네. 지금은 자본이 돈을 버는 시대야. 유튜브 조금만 찾아봐도 나오는 기초 지식인데 그것도 몰라? 게으른 당신 스스로를 탓하세요.
ㄴ 니콜라_NICOLA (댓글 6) @찰스_King 찰스 님은 좀 사시나 봐요? 글 쓴 꼴 보아하니 반에서 중간 정도하면서 부모 믿고 나쁜 짓은 골라하는 루저 같은데. 당신은 이 나라에 감사해. 시스템 망가진 나라에서 운 좋게 타이밍 좋게 기회 잡은 모양인데. 그러다 골로 가는 수가 있어.
ㄴ 찰스_King (댓글 7) @니콜라_NICOLA 시스템 탓하는 꼬락서니 보니까 평생 그 모양 그 꼴로 살겠네. 당신이 꼴락 몇 백 월급 받겠다고 토익 문제나 푸는 시간에 나는 그 학원비로 주식 공부했음. 그리고 결단력 있게 레버리지 이용해서 자가 마련했고. 이 자리면 무주택 범생이들보다 성공한 인생 아님? 당신 같은 폭락이 들은 집값이 떨어지기만을 기도하며 방구석에서 댓글이나 달아. 억울하면 지금이라도 한강 가든가, 영끌을 하든가!
ㄴ 헨리_HENRY (댓글 8) @찰스_King 유튜브에서 주워들은 단편적인 지식으로 세상 다 아는 척하지 마세요. 당신이 말하는 그 '결단력'이라는 것도 결국 무너지지 않는 안전장치가 있는 사람들만의 특권 아닙니까?
ㄴ 찰스_King (댓글 9) @헨리_HENRY 오~ 헨리 님, 배운 분이라 그런지 논리가 아주 화려하시네. 근데 어쩌죠? 당신은 이미 루저야. 학창 시절에 1등 했음 뭐 함? 지금 나한테 열폭하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음?
강남_가즈아: 팩폭 ㄷㄷㄷ 근데 진짜 요즘 공부머리랑 돈 버는 머리랑은 별개인 듯.
ㄴ 한강뷰 가즈아 (댓글 10)와, 찰스 님 팩폭 지리네요...
ㄴ 청포족_99 (댓글 11) 담달 장전동 청약하시나요? 무주택 10년에 자식 셋 나아서 70점인데. 총알이 없어서 방 두 칸짜리 갈 건데. 애 셋 괜찮을까요?
박정민은 어둠이 내려앉은 아파트 단지 구석에서 연초를 꺼내 물었다.
8년 전, 아들 이준이가 태어나던 날 산부인과 주차장에서 마지막으로 비벼 껐던 연기였다. 금연의 결심은 굳건했다. 정민의 결심만큼 아이도 잘 자라주었다. 정민의 삶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듯했다. 서울 소재권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의 팀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정민은 자신이 세상의 규칙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오늘, 정민은 오랜 시간 참았던 연초를 꺼내 들었다. 폐부 깊숙이 박히는 매캐한 연기가 위안이 되는 건 슬픈 일이었다.
광진구의 5000세대짜리 아파트. 완공된 지 채 5년이 되지 않은 신축 단지에는 수영장, 골프장, 헬스장, 심지어 키즈 카페까지. 없는 것이 없었으나 단 한 가지가 없었다. 흡연 구역이었다.
막 입주가 시작되고 새 아파트의 시설 문제 등으로 서로 예민해져 있을 때, 담배 냄새와 연기에 대한 입주민 간 격렬한 언쟁이 일었다.
사건의 시작은 입주민 대표의 'CCTV 저격글'이었다. 흡연자들의 모습이 박힌 캡처 화면이 하필 부동산 거래 앱에 게시되자, 평온하던 단지는 아수라장이 됐다. 사람들은 초상권 침해나 개인의 권리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아파트 주민들의 레이더는 오직 '집값 하락'에만 꽂혀 있었다.
당시 전자담배로 순조롭게 '연착륙'하며 금연가 대열에 합류했던 정민에게 그 소동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정민에게 간절한 것은 운동도 취미도 아닌 오직 니코틴이 주는 위로였다.
가로등 하나 없는 구석진 아파트 화단은 정갈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화단 옆 벤치, 그 옆 자전거 보관소, 또 그 옆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이 있었다. 나무와 나무 사이, 인적이 드문 사각지대가 암묵적인 흡연실인 모양이었다.
벤치 아래에 수십 개의 꽁초가 짓눌려 있었다. 정민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머물렀다는 것에 작은 안도감을 느꼈다. 하지만.
진짜 그들도 나와 같을까? 그럴 리가.
그때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했다.
[팀장님, 내일 신입사원 최종 면접 대상자 통보 완료되었습니다. 자료 공유드립니다.]
김하나 대리가 보낸 것은 신입사원들의 이력서였다. 서류와 필기, 면접과 적성검사를 통과한 사람은 총 20명이었다. 이 중 또 절반이 걸러질 것이었다. 정민은 무의식적으로 대상자들의 주소를 하나하나 눈으로 훑었다.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지금, 정민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온통. 바로. 그것뿐이니까.
강남구 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용산구 한남동.
그들이 태어나고 혹은 자랐을, 현재 살고 있는 곳, 정민은 자신보다 스무 살 가량이나 어린 그들의 안정된 ‘터’의 종류가 궁금했다. 자가일까, 전세일까. 이들은 부모에게서 이 집을 물려 받을까.
정민에게 집은 성취의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요 몇 년간 자신에게 그러한 것이 남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었다.
그래, 정민도, 할 수 있었다. 할 뻔했다. 그때, 그런 선택만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조금만 더 열심히 세상의 이치를 공부했더라면.
하지만 이내 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아닐 걸.
그건 공부한다고 얻어지는 건 아니잖아.
2022년 12월.
정민이 신혼 초에 전세로 얻었던 아파트는 만기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강남에 살고 싶다는 와이프의 바람대로 주소지가 '강남구'로 시작하는 작은 단지였다. 80년대에 지어진, 재건축 심의 통과로 집값은 20억 정도였으나 전세가는 4억이 채 되지 않은, 녹물이 나오고 외풍이 심한 복도식 아파트였다. 불편했지만 만족했다.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다. 정민의 연봉은 세금을 빼고서도 1억이 넘었고, 모아둔 현금만도 3억이 있었다.
당시 대한민국은 코로나의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부동산 시장은 적막에 휩싸였다. 거래는 끊겼고, 영원히 오를 것 같던 아파트 값은 폭락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정민은 갖고 싶은 아파트가 있었다. 이 대학시절 만났던 여자친구, 소영의 집이었다. 잠실에서도 소위 '엘리트'라 불리는 그 엘리트 중의 하나인 대단지 아파트였다. 그 엘리트도 코로나 여파로 방 3개 짜리가 최고 점보다 5억이나 떨어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18억. 1억 연봉의 정민에게 18억은 무거웠다. 대기업 사원인 자신의 재직 증명서로 신용 대출을 받아도 5억이 모자랐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 여기서 조금만 더 빠지면 그때 잡는 거야.”
계산기를 두드렸다. 대출에 또 대출을 받는다는 건 정민에게 생의 거대한 리스크로 느껴졌다. 차라리 2억의 여유자금을 남기고 전세를 살며 돈을 더 착실히 모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정민은 지금의 아파트를 택했다. 광진구 구의동의 5,000세대 대단지 아파트였다. 그것도 8억 전세로. 당시 그 집의 매매가는 11억이었다.
부동산에서 전세 계약을 하는데 아버지뻘 되는 부동산 중개인이 그랬다. 3억만 더 보태면 살 수 있는데. 젊은 사람이 왜 세를 살아?! 회사도 좋은 데 다니는 구먼.
그 때 정민은 코웃음을 쳤다.
'광진구 따위.'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의 첫 집은 잠실 정도는 돼야지.
전 여자친구 소영의 부모는 지방 국립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을 퇴직한 정민 기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초중고 내내 1등을 놓쳐본 적 없고, 세 손가락에 꼽히는 대학에 들어갔으며, 두 손가락에 꼽히는 대기업에 입사한 상위 0.1%지 아닌가 말이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은 정민의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11억이었던 구의동의 아파트는 어느새 25억이 되었다. 3년 만에 10억이 넘게 뛰었다. 정민이 팀장으로 낮밤 없이 일하며 받은 연봉과 성과급을 다 합쳐도, 이 콘크리트 덩어리가 스스로 몸집을 불리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이제 그는 잠실은커녕 지금 살고 있는 ‘광진구 따위’의 집조차 사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자산 가치의 격차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벌어졌다.
충분한 가난은 때로 행운이 되기도 한다던가. 어느 해 신춘문예 당선작이던 소설은 이 한 문장으로 시작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임대주택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가난을 기획하고 유지했다. 하지만 정민은 애매하게 성공했고, 애매하게 영리했다. 그 애매함이 그를 사지로 몰아넣었다. 시스템의 보호를 받기엔 너무 많이 벌었고 시스템의 꼭대기에 올라서기엔 가진 것이 너무 적었다.
담배 연기가 흩어졌다. 정민은 벤치 아래 꽁초 산 위에 자신의 것을 하나 더 얹었다. 마치 루저들이 쌓아 놓은 패배감에 자신의 것도 올려놓는 기분이었다.
고개를 들어 아파트를 바라봤다. 25층 높이의 아파트는 밤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고 그 그림자는 정민의 발등을 덮고 있었다. 그는 이제 아들 이준이가 있는 집으로 올라가야 한다. 이준이. 첫 만남에 잠자리를 한 탓에 생겨버린 나의 피붙이. 혹시 그날 밤 실수만 하지 않았더라도 소영이랑 결혼했을 텐데. 그랬다면 소영의 잠실 아파트는 내 것이 되었을 텐데. 자신처럼 부모에게서 물려받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은지와의 결혼을 후회해 본다. 그렇다고 아들 이준을 지워버리고 싶진 않다. 나는 내 아들 이준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정민은 차가운 밤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입에서 니코틴의 비릿한 잔향이 났다.
명문대 졸업생이면 뭐 하나. 대기업 팀장이면 뭐 하나. 내 살 집 하나 마련할 돈 없고, 능력도 없는데. 집 없는 가장의 비루한 민낯이 부끄러워 정민은 메마른 손으로 얼굴을 세차게 문질러댔다. 연초의 냄새가 얼굴 가득히 퍼져갔다.
그의 마음을 아는 듯 모르는 듯, 25층 아파트는 그저 높게만 솟아 있었다.
정민은 고개를 들어 아파트를 올려다보았다. 25층, 저 높은 곳에 불 켜진 창문들 중 정민의 이름으로 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5,000세대의 거대한 군락은 거대한 절벽이 되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