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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스 Jul 31. 2019

흰머리를 허하라


처음엔 뽑았다. 열심히.

이제는 뽑지 않는다. 단호히.


자연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기미, 주름, 군살. 그리고 흰머리까지.


하나 두 개였던 새치머리는 언제부터인가 셀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누구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염색을 권했다. 또 누구는 그렇게 자기 관리를 안 해서야 되겠냐며 혀를 끌끌 찼다.


처음엔 부끄러웠다. 괜히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품평회 하듯 눈으로 외모를 스캔하는 아주 ‘무식하고 무례한’ 자들에게 툭.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할 용기도 생겼다.



내버려둘 건데요? 섹시하지 않나요?






이미 세상은 변했다.

흰머리는 이제 하나의 패션이다.


https://instagram.com/grombre?igshid=1xk2kjqxcirir

 

군데군데 하얗게 솟은 흰머리를 셀카로 찍어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워는 벌써 13만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전 의장 등의 영향도 컸다.


은발로 국제무대를 누비는 여성들이라니. 세상 모든 소녀들이 환호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노브라, 노메이크업, 노칼라.


완벽하지 않겠다고, 틀에 맞춘 박제 인형처럼 살지 않겠다고(탈코르셋) 선언하는 모든 시도들이 조금씩 물밑에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애초부터 ‘아름다움’은 남에게 보여주고 평가받는 형용사가 아니었다. 나다운 것, 내가 인정하고 아끼는 나의 모든 것이 내가 느끼는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It’s OK. 이걸로 됐어.

It’s Enough. 이걸로 충분해.


스스로, 자신에게 그것도 아주 자주. 매우 지겹도록 해야 하는 주문서 같은 텍스트다.



록산 게이의 말처럼


“완벽하려 하지 않고, 내가 모든 해답을 갖고 있다고 말하지 않고, 내가 전부 옳다고 말하지도 않”기 때문에


나의 흰머리는, 비어버린 정수리는, 거칠고 불투명한 피부는


그래서 아름다운 것일지도.


그래서 오늘도 자신있게

Going G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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