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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스 Nov 14. 2019

수능날의 엄마 그리고 딸

출근길, 고사장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엄마가 그런다.


" 딸, 너무너무 고생했어. 시험 끝나면 엄마가 우리 딸 좋아하는 떡볶이랑 맛탕이랑 닭볶음탕 다 해놓을게."


시험 잘 보라는 말도, 어떤 충고나 격려도 없는 말이었지만

그 어떤 말보다 딸에게는 따뜻하고 힘이 되는 말이었으리라.


빨간불이었던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고

엄마 손을 꼭 잡고 있던 딸은 마지못해 엄마에게 눈짓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갈게."

그러고선 뒤돌아 보지도 않고  학교 앞 정문까지 내달아버린다.

그런 딸의 뒷모습이 뚫어져라. 엄마는 눈 속 가득 안타까움과  안쓰러움 등의 감정을 담아 바라봤다.


"우리 딸 파이팅."


파이팅이라는 말 한마디가 딸에게 부담이 될까 봐 엄만. 들리지도 않을 거리에서 넌지시 중얼거렸다. 그간 수험생 딸 곁에서 같이 마음 졸이고 숨죽였던 스스로에게 하는 격려였을 것이다.



딸은 응원하는 후배들을 지나고 기나긴 운동장을 가로질러

한참을 걸어간 후에나 돌아섰을 것이다. 보이지 않을 거리의 엄마를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같이 밤새고 같이 기도하고 같이 졸음을 쫓았던 엄마의 모습을 좇아서.  한없이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그러고선 울컥.

그때의 나처럼.

그때의 나의 엄마처럼.



2019년  수능날의 출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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