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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꿍꿍이 많은 직장인 Jun 14. 2020

11 비밀정원_오 마이걸 (나의 꿈)

조금만 기다리면 알게 될 거야 나의 비밀정원

좋아하는 걸 그룹이 둘 있다.


그중 하나가 오 마이걸인데 처음으로 알게 된 노래는 'BUNGEE'였다. 

몇 년 전 여행 가는 중에 와이프가 틀어준 노랜데, 노래가 참 상큼하니 참 좋았다.

다른 노래들도 많이 들어봤는데, 무엇보다 오 마이걸 만의 아름답고 아련한...

사극 한편을 보는 듯한 느낌의 노래들이 너무 좋았다.


얼마 전, 거실에 누워 있다가 틀어놓은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눈물을 닦고선 '나이 30 넘어서 참 청승맞다'라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그 노래 가사가 내 무의식 속에 숨어있던 어떤 감정을 '콕'하고 건드렸던 것 같았다.


그 노래가 바로 '오마이 걸'의 '비밀정원'이었다.


돌아보면 나는 세상이 정해놓은 인생의 큰 갈림길에서 스스로 만족한 선택을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세상이 정해놓은 잣대로 평가하기에 나란 사람은 항상 애매모호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선택 뒤에는 항상 후회가 따라오곤 했다.  


너무 단순해 그 사람들은 말이야

눈으로 보는 것만 믿으려 하는 걸
 
빗방울은 날 다독이며 잠시

내게 또 힘을 주곤 해

다정히 오늘 하루 한 사람만

초대할게 나를 따라

Come with me bae

상상해봐 you and me  

- 오 마이걸 '비밀정원' 중 -


고등학생 땐 '수학을 좋아하면 이과를 가야지'라는 말에 이과로 진학을 했다.

하지만 과학에 그리 관심이 많지는 않았기에 성적에 항상 발목이 잡혔다. 


군생활 후 반수를 했지만 과학에는 여전히 관심이 없었고, 결국 목표로 한 대학에는 가지 못했다.

그렇게 대학을 들어와서도 지금까지 '야. 넌 인문계 체질인데'라는 말을 100번은 들은 것 같다.


'취업에는 기계과가 최고다'라는 말을 듣고 기계를 갔지만, 사실 전공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역학보다는 글쓰기 수업이 재밌었고, SWOT 분석에 흥미가 있었으며, 경영과 역사 수업에 가장 집중이 잘 되었다. 그래서 난 전공은 최소 이수학점만 들었다. 그렇게 4학년이 되어선 취업 시즌을 맞이하게 되었다.


당시 기계과 취준생 선망의 대상은 현대자동차나 현대중공업 등 자동차/중공업 계열이었다.

화학계열 회사는 사실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지원서는 냈었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한 곳은 쪼르륵 다 떨어지고 생각지도 못한 화학계열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괜찮은 학교를 졸업하고, 괜찮은 회사를 다니고 있고, 

누군가에게 내 삶은 꽤 괜찮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이런 고민조차 사치로 보일 수 있다는 점 또한 알고 있다.


하지만 걸어가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항상 다른 삶에 대한 갈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나의 비밀정원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고 다른 길을 가기엔 꽤나 두렵다. 

뛰어난 사람은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과감한 도전을 한다던데,

아마 나는 지독히 평범한 인간인가 보다.


'꿍꿍이 많은 직장인'이라는 나의 필명은 직장을 다니면서 꿈을 향해 무언가를 준비하는 멋진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내면에는 애매모호함, 갈팡질팡하는 나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런 갈등이 언제쯤 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평생을 이렇게 살지도, 그래서 받아들여야만 하는 나의 운명일 수도 있다.


열심히 뛰어왔지만 항상 '내가 가는 이 길이 정말 맞는 길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멈춰 서서 걸어온 길을 돌아봤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바라보았다.


걸어온 길에는 후회가 남아있었고, 

나아가려는 길에도 내가 바라는 낙원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단지 그 길 위에는 나라는 사람만이 오롯이 서 있을 뿐이었다.


그곳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참 고민을 많이 했었다.

인생은 더 어두워만 보이고, 주변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한없이 고민하고 생각만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고...

나는 멈춰 있던 그곳에서 주변을 둘러봤다.


그렇게 주변을 본 후에야 나는 세상에는

'방향'뿐만 아니라 '색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빨간색은 따뜻했고, 파란색은 시원했고, 노란색은 포근했고, 초록색은 편안했다.

어렸을 때는 내가 좋아하는 색깔이 무엇인지 순수한 호기심을 가지고 봤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왜 그렇게  한 방향으로 그렇게 뛰려고만 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자리에 앉아서 좋아하는 색깔을 다시 보게 되었고,

그 자리를 나의 색깔로 조금씩 채워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만의 '비밀정원'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 비밀정원이 낙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것을 떠나서


자신의 색깔을 찾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좀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만의 정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이 꽤나 따뜻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 만으로 '비밀정원'은 충분히 소중하다.  


내 안에 소중한 혼자만의 장소가 있어

아직은 별거 아닌 풍경이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곧 만나게 될 걸

이 안에 멋지고 놀라운 걸 심어뒀는데

아직은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알게 될 거야

나의 비밀정원

- 오 마이걸. '비밀정원' 중 -

사진작가 : 정민호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mejmh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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