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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꿍꿍이 많은 직장인 Sep 27. 2020

15. 질풍가도_유정석 (부질없는 것을 포기할 용기)

포기와 용기, 그리고 믿음


영어가 중요하다고 해서 영어공부를 했고,

자격증이 중요하다고 해서 자격증 공부를 했다. 


회사 다니며 공부하는 게 참 말처럼 쉽지가 않다. 

고백하자면... 공부는 일주일에 3일 정도만 했다. 

일주일 중 2~3일은 공부하고 2~3일은 할지 말지 고민만 했고,

주말에는 꼭 열심히 해야지 다짐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영어와 자격증 모두 들인 공에 비해서 성취는 별로 없다.


'이 길이 맞나...'

'이게 의미가 있나....'


20대 에서 30대 초반까지는 내가 가고 있는 길에 대한 의문, 내가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의미, 그런 고민의 연속이었다. 그로 말미암은 불안함, 현실과의 타협 과정을 수 없이 겪어 왔다.


영어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쓰일 일은 거의 없고, 

자격증을 딴다고 한들 삶이 크게 나아질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서 항상 '부질없음'이 느껴졌다. 


무언가를 해내려 하는 것이 타인의 기대인지,

그 기대에 상응하고 싶은 나의 마음이었는지,


누구의 것도 아닌 그 욕망과 부질없음의 충돌은 몇 년간 지속됐다.

이제는 그냥 포기하고 안 하는 자신을 보니

그 긴 전쟁의 승자는 아마도 부질없음 인 것 같다.




대학생 시절을 포함해 10여 년 정도 비슷한 갈등을 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내린 나만의 결론은 2가지.   


첫째. 즐겁지 않은 것은 지속성이 없다

둘째. 포기하는 것도 용기다. 그리고 그 용기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사람의 행동은 보통 이기심(자기 자신의 이익을 꾀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너를 위해 하는 것이라고 해도 근본을 보면 보면 대부분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친구를 만나는 것, 애인을 만나러 먼 거리를 이동한다던지, 봉사활동을 한다던지, 너를 위한 것이라곤 하지만 그런 수고스러운 행위를 하는 이유는 내가 보고 싶어서, 내가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함으로써 내 마음이 즐거워 지기 때문에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더욱 극명해진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회인들은 이미 에너지가 바닥인 상태다. 그래서 일과시간 후 하는 어떤 행위가 에너지를 갉아먹는 것이라면 굉장한 인내력이 소모된다. 원치 않는 만남과 부질없다 느끼는 공부가 대표적인 예다. 이런 것들은 지속성을 가지기가 어렵다. 바닥난 에너지를 긁어모아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것과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것은 큰 인내력이 소모되지는 않는다. 이는 에너지를 채워주거나 최소한 갉아먹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과시간 후에 하는 무언가가 지속 가능하려면 그 행위에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포기하는 것도 용기다'라는 말은 꽤나 많이 통용되는 말이다. 다만, 그 용기가 발현되려면 '믿음'이 전재되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두려움이 생기고 두려움이 있는 한 미련을 쉽게 떨칠 수 없다. 그래서 어떤 것을 과감하게 하거나 포기할 수 있는 용기는 결국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나온다.


한 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거친 파도에도 굴하지 않게

 <유정석, 질풍가도 中>


부질없음의 끝에 서서 퇴사도 심각하게 고민해 봤다.


그리고 퇴사의 수단으로 카페 창업을 꿈꿨다. 카페 창업을 하리라 주변 지인들에게 말을 했고, 나름의 자신감으로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며 그 과정을 글로도 써갔다. 하지만 내 자신감과는 달리 주변 지인들에게 나의 계획을 얘기하면 대부분 냉소를 보냈다. 나름 진지했던 나의 모습이 누군가에겐 우습게 보였던 것 같다.


당시엔 그런 반응이 참 기분 나빴지만 뒤돌아서 생각해 보면 그들의 냉소는 꽤나 타당했다. 나의 자신감은 오만이었고, 결국 제대로 시도도 못해보고 카페 창업의 꿈을 접었다. 하지만 재밌는 건, 카페 창업은 실패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나는 직접 내린 커피 한 잔 마시며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매일 아침 글을 쓰는 것은 나의 즐거움이 되었고, 구독자들의 잔잔한 응원은 나의 믿음이 되었다.  


그 뒤에도 누군가에게는 우스꽝스럽게 보일만한 것들을 꽤 해나갔다. 방탄커피에 대한 연구, 건강식에 대한 연구, 주식투자 등. 모든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그렇게 시도했던 것들에서 내게 맞지 않는 것은 버렸고 좋아하는 것들은 나의 모습이 되어 남아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은 꽤나 즐거웠고, 그 과정을 통해 나아지는 나의 모습은 믿음이 되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커지자 부질없는 것들을 포기하고,

의미 있는 것을 행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그렇게 조금씩 내 마음속에서 자신감이 생겨났다.




내가 백종원 씨가 될 것이 아니고, 

슈퍼개미가 될 것이 아니고,

누군가에게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비칠지라도...


 뭐 어때??


누군가 처럼 화려하진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는 내 모습 또한 충분히 멋지다.

  

그래 이런 내 모습 게을러 보이고 우습게도 보일 거야

하지만 내게 주어진 무거운 운명에 나는 다시 태어나 싸울 거야

한 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거친 파도에도 굴하지 않게

드넓은 대지에 다시 새길 희망을

안고 달려갈 거야 너에게

 <유정석, 질풍가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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